삼천리강산에 사정의 칼날이 휘둘러진지 석달이 지난 지금 골프계에서는
김영삼대통령의 "골프삼가"말씀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말도 많다.

골프좋아하는 필자로서는 대통령의 그 말씀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무라는 시어머니보다 편드는 시누이가 더 밉살스럽다는 속담과
같이 아무런 비판없이 몸을 도사리는 골퍼들이 더욱 얄미워진다. 왜냐하면
그들중 일부는 사치성 운동으로 골프를 즐겨온것 아니면 눈치보기가
체질화된 사람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골퍼들도 나름대로 본분을 다하여 개혁의 대열에 동참함은 물론
볼썽사나운 골프장모습들을 없애 골프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되겠다.

최근 골프장에서는 골퍼들에게 카트사용을 권장하고 아울러 캐디동반의
경우 1인2백제를 실시하는 곳이 많다. 이로 인해 골프장의 프런트에서는
가끔 촌극이 벌어진다.

즉 "이래뵈도 내가 아무개인데 나에게는 1백캐디를 달라"고 다짜고짜
명령하는 골퍼의 모습이 그것이다. 이는 일부 골퍼들 가운데에는 아직도
특권의식에 젖어 말그대로 골프하는 것이 무슨 벼슬하는 것인양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또 골프장은 단순히 어느 한 기업의 영업시설에 그치지 않고 다수
국민들의 여가를 위한 공동시설이다. 그러나 우리 골퍼들은 공동시설인
코스를 아끼고 보전하는데 지나치리만큼 무관심하다.

페어웨이의 디보트나 그린위의 볼자국을 메우는 것이 캐디만이 할일은
아닌것이고 흐트러진 벙커를 평탄하게 고른다고 해서 골퍼의 품위가
떨어지는것은 아닐 것이다. 코스보호에 더욱 관심있는 골퍼가 많아져야
한다.

지난해 늦가을 어느 토요일 연수원 동기생인 친구가 소위 "머리얹는 데"에
따라간 적이 있었다. 그는 평소에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일을 전혀
하지않는 사람이었는데 그날도 뒤팀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몹시 애를
쓰며 애처로울 정도로 땀을 흘리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우리 뒤팀에서는 플레이가 늦다는 이유로 짐짓 위협구를 치는
것이었다.

골퍼라면 아직은 이 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지도급 인사들일텐데 그들이
이렇게 여유없이 조급하게 굴고 약자를 위한 배려에 인색해서야 나라일이
걱정이 아닌가 하고 쓴웃음을 지었었다.

골프가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것은 아니고 또한 세상에 골프만이 여가를
보내는데 알맞은 운동은 아닐것이다. 좋건 나쁘건 각자의 판단이 중요하며
그 소신에 따라 골프를 하면 될뿐이다.

골퍼들도 특별한 운동,특별한 의식등 그 모든 "특별함"에서 탈피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