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교통난은 세계 어느 대도시보다 심각하다. 차량대수에 비해
도로면적이 너무나 좁다는 사실이 이것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폭12m
도로에 얼마만큼의 자동차가 늘어서게 되느냐를 나타내는 도로밀도를 보면
교통난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된다. 서울의 1,000대라는 도로밀도는 동경의
220대,런던의 200대,뉴욕의 30대보다 5~33배나 되니 그럴수밖에 없다.

이처럼 수치를 비교하지 않더라도 교통지옥의 실상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곳이 서울이다. 일상의 출퇴근시간이나 눈비가 내리는 때의
움직일줄 모르는 차량행렬속에서 맛보는 답답함과 짜증스러움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서울의 차량대수는 작년 한햇동안에 한주 평균 500여대씩 늘어나
160여만대에 이르렀다. 하나의 생활권이나 다름없는 인천과 경기도의
차량대수를 합치는 경우에는 무려 270만대나 된다. 이런 추세라면 가까운
미래에 길거리를 차량들로 메워 한치도 움직일수 없게 만드는 상황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더구나 7년뒤인 2000년에는 차량보유대수가 지금의
2배를 넘게 되리라는 전망이 나와있는 것을 보면 획기적인 대처가 없는한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리라는 짐작이 쉽게 가게된다.

서울시당국이 추정한 "서울의 교통체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은
엄청나다. 작년 한햇동안에 시간손실비용은 1조9,000억원,유류손실비용은
440억원에 이르렀다. 하루로 따진다면 시간은 62억1,000만원,유류는
1억5,000만원이 허공으로 날아 가버린 셈이다.

손실은 그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립대 이동호교수가
심포지엄주제로 발표한 "서울시 교통혼잡의 감소가 수출상품비교우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생산활동과 수출에도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음을 알게
된다. 서울도심에서의 차량주행속도가 시간당 1 씩 줄어들 경우
제조업생산액은 연간 650억원,수출액은 195억원을 감소시킨다는
계량분석결과를 내놓아 그 대책이 시급함을 다시한번 일깨워 주고있다.

그동안 시당국은 교통난해소책으로 홀짝제와 10부제 운행을 간헐적으로
실시한바 있으나 눈에 띌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외국처럼 주행세를
부과하거나 휘발유세를 대폭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 일도 있으나 복안에
그쳤을뿐이다. 교통기반시설의 확충은 커녕 무책이 대책인 시당국이
어떻게 대처해 갈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