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 보급되어있는 PC대수는 2백50만대선을 넘고 연간 시장규모는
60만~70만대로 세계 6위수준에 올라있다. 국내시장의
CPU(중앙처리장치)추세를 보더라도 미국및 선진 유럽국가에 비교,불과
6개월 내지 늦어도 1년 정도밖에 뒤지지않는 PC부문의 선진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올해 3.4분기부터 급격히 확산보급되고있는 486PC추세 또한 국내시장이
선진국수준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486PC시대가 왔다"는 메이커들의
홍보처럼 286PC가 폭넓게 보급된 상황에서 올들어 갑자기 486돌풍이
몰아쳤다. 이같은 현상은 표면적이며 양적인 측면에서 분석된 것이라는데
주목해야한다.

PC의 활용및 응용관점에서 본 올해 국내시장은 미국및 선진 유럽국가들의
80년대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선진국에서 PC를
워드프로세서(WP)나 중대형컴퓨터의 단말기로 이용했듯 지금 국내에서의
PC용도도 소수의 전문사용자를 제외하고는 이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여겨진다.

현재 국내에서 보급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486PC와 MS윈도즈등은 실수요및
실사용자로 구성된 시장의 요구에 따라 나온것이 아니라 메이커의 일방적인
공급과 상호 치열하게 벌이는 판매경쟁에 의해 공급되고있다고도 볼수있다.
이런 제품이 우리에게 어떤 실리를 주고있는지 의문이 앞선다.

이렇게 볼때 올해 하반기들어 급격하게 확대되고있는 고성능CPU가 탑재된
486PC나 값비싼 소프트웨어(SW)인 윈도즈가 사용자들에게 실질적인 면에서
꼭 좋은 컴퓨터환경을 제공한다고는 할수없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적지않다. CPU속도가 아무리 빠르다해도
주변기기와의 인터페이스에서 오는 데이터의 병목현상을 해결해 주지않을
경우 전반적인 처리속도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산 486PC의 경우 CPU속도는 32비트급이지만 주변기기의
데이터전송속도는 16비트에 머물러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문에 주변기기와
인터페이스가 빈번한 윈도즈를 비롯 WP를 포함한 응용SW의 사용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한다. 특히 응용SW자체가 32비트CPU용으로
생산되지 않으면 고성능CPU는 제구실을 못하게 된다.

국내에 보급되고 있는 응용SW의 대부분이 32비트용이 아닌데다 사용자의
PC활용수준도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올들어 갑작스럽게 286시대가
386마저 건너뛰고 486PC시대로 급격히 바뀌어가는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스럽기만하다. 사용자 활용수준의 고도화를 동반하지않는 이같은
"PC고급화현상"은 유행을 따르는 일종의 과소비라고도 볼수있다. 결국
486시대는 맞지않는 옷을 입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아직 이른 셈이다.

그내면에선 인텔사나 마이크로스프트사등 영향력있는 외국업체들의 고도의
마케팅전략에 끌려가야하는 국내PC시장의 서글픔이 느껴진다. 또 PC의
용도및 활용수준에 대한 정확한 인식없이 경쟁적으로 상위제품생산에
매달리는 공급자주도의 시장환경이 작용하고 있어 사용자의 인식전환과
올바른 PC선택및 활용자세도 필요할것으로 생각한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때 메이커들이 무분별한 가격경쟁을 벌이며
상위PC판매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우리실정에 적합한 성능의 모델을
개발,보급하는 한편 관련SW를 집중적으로 공급하는데 한층 노력해야한다는
과제를 올해에서 내년으로 넘기게됐다고 결론지을수 있다.

컴퓨터수출분야로 눈을 돌려보면 올해는 최악의 한해였다. 3년째
내리막길을 걷던중 전년대비 50%이하인 3억달러정도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것이 주요인이다.

그러나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해결책은 있다. PC완제품및 부품의
표준화를 통해 가격경쟁력확보에 힘을 쏟으면서 라이프사이클이 단축되는
수출시장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회복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컴퓨터관련 응용제품을 독창적으로
개발,시장개척에 나선다면 한층 폭넓은 수출시장을 확보하게 될것으로
확신한다. 응용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로 요약할수도 있다.

각국이 앞다퉈 추진중인 펜PC나 전자수첩등을 개발하는 응용기술의
실용화가 우리의 입장을 바꾸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같은 응용기술의
실용화는 투자위험이 상존하게 마련이지만 이를 감수하는 노력이 따를 경우
우리의 독창적인 제품개발이 가능하게된다.

내년에는 우리의 활용수준에 맞는 컴퓨터가 확대보급되고 경쟁보다는
컴퓨터관련기술의 응용력을 키우면서 확보된 노하우를 활용한 신제품이
다양하게 개발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