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유수박물관을 꼽으라면 흔히 파리의 루브르박물관,런던의
대영박물관,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을 꼽는다. 건물의 규모나 수장품의
수량에서 다른 박물관들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거대하다. 수장품들의

내용 또한 인류 문명의 전시장이라 할수 있다. 각기 약간씩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고대 오리엔트 이집트 그리스 로마 중국등의 유물과 미술품에서
현대의 그것들에 이르기까지 6,000여년간의 인류문화유산을 한곳에
모아놓은 보고다.

잡다한 문명권을 한곳에 전시하다 보니 어떻게 보면 각종 문명의
잡화상같은 느낌을 받게된다. 일관된 문명의 특성을 맛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세계 곳곳에서 모여드는 관광객들을 포함한
관람객들이 한해에 300만 500만명에 이르고 있다. 한곳에서 모든 문명의
숨결을 쉽게 접해보자는 심정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한 문명권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전시해 놓은
박물관의 대표적인 예로서 카이로의 이집트박물관과 멕시코시티의
국립인류학박물관을 드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들박물관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대이집트인이나 인디오들의 고유한 창조결실에
압도되게 마련이다.

이집트박물관에서는 5,000년전 이집트 역사가 시작된 이후 3,000년동안에
이루어놓은 유산과 유물들에서 파라오의 영광과 테베왕국의 융성이 얼마나
웅대했었던가를 읽게 된다. 멕시코 인류학박물관에서는 2만4,000년보다

훨씬 이전에 고대아시아로부터 이곳에 이주한 인디오들이 4,000여년전부터
이룩해온 올메카 테오티와칸 와하카 톨테카 아즈테카 마야등의 오묘한
석조문화를 대하면서 찬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이들 박물관의 세계성과 고유성이 세계인들의 발길을 손짓하게 된다.

우리도 그에 못지않은 규모와 수장품,오랜 고유문화유산을 가진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 관람자수 또한 올들어 7월말까지 108만명에
이르러 유수박물관들의 수준에 가까이 가있다. 그런데 외국의

유수박물관들과는 달리 치욕의 역사를 상징하는 일제총독부건물에 민족혼이
깃든 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행여 일본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작용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를 떨쳐버릴수 없다.
외국인 유료관람객의 91%가 일본인들이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