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중국기업들의 자금조달센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중국계기업은 물론 중국국내기업들도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하려
하고있다. 경제개혁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자금수요가 급격히 늘고있는
중국과 중국에 반환되는 오는 97년이후에도 국제금융센터의 위치를
지키려는 홍콩간의 이해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15일 홍콩의 중국계기업이 처음으로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중국교통부의 홍콩대표기구인 초상국그룹이 전액출자해 설립한 자회사인
해홍그룹이 바로 그회사이다. 상장가격은 주당 1.50홍콩달러였으나 이날
폐장가격은 4.225홍콩달러를 기록했다. 하룻동안의 상승률이 무려 2.8배나
됐다. 상장에 이은 증자때도 응모액이 발행액의 3백73배를 넘어 최근의
중국열기를 실감케했다.

이런 열기를 놓칠세라 중국은 적극적으로 홍콩증권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중국국영기업과 중국건설공정총공사가 지난 8월에 홍콩자회사를
상장시키는것을 비롯해 화윤그룹과 향항중여등 홍콩의
대규모중국계기업들도 일제히 자회사의 홍콩증권시장에의 상장을
검토하고있다.

중국의 국내기업들도 직접 홍콩증시에 상장할 것을 고려하고있다.
국가경제체제개혁위원회의 한 간부는 지난 6월말 홍콩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중국기업들이 홍콩에 상장할 수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것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중국기업들이 국내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을 상대로 발행하는
특별주식인 B주도 홍콩시장에 상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콩은 이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기본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찰스 리 홍콩증권거래소이사장은 홍콩증권거래소가 중국기업과
해외투자가들을 연결해 주는 교두보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위해 홍콩증권거래소는 오는 9월중순 북경에서 중국측과 공동으로
세미나를 개최,2주일동안 중국국내기업의 홍콩증시상장문제를 토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국내기업의 홍콩증시상장은 중국이 기대하는 만큼 쉽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이미 민간과 공동으로
"중국연구센터"를 설립해 놓고 중국기업들의 상장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이센터는 처음에는 중국기업들의 상장기준을 완화할 것을
고려했으나 투자가들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중국기업들에 대한 특례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기업을 특별히 취급,상장을 촉진시킬 경우
중국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수월해질지는 몰라도 국제금융시장으로서의
홍콩의 위치는 크게 손상될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의 상해 심수등 각증권거래소에서는 지난 2월부터 외국인투자자들에
대해 발행하는 B주를 상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국제기준에 따른
주식회사법이나 파산법이 없어 투자자의 보호기준이 마련되어 있지않은
상태이다. 해외시장상장의 기준이 되는 회계기준도 정비되어 있지않다.

홍콩의 감독기관인 증권선물거래위원회(SFC)는 이점을 우려해 홍콩의
투자자보호기준이 중국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성명까지 발표,투자자들에게 B주투자를 자제해 주도록 당부했다.
따라서 홍콩증권시장을 중국기업들의 주식에도 안심하고 투자할수 있는
증권시장으로 육성하겠다는 홍콩정부의 목표가 얼마나 빨리 달성될수
있느냐하는 점은 최근의 중국붐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 하겠다.

<이종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