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이라는 말은 마음에 점을 찍듯이 적은 양의 음식을 낮끼니로 드는
것을 뜻한다. 불교의 선종에서도 배고플때 조금씩 먹는 음식을 이르고
중국에서는 요리에 곁들여 나오는 소량의 과자를 지칭한다.

낮끼니에 소량의 음식을 들다보니 자연히 아침식사는 든든히 먹는 것이
예부터의 우리 식생활문화였다.

그러한 관습은 서양문명의 물결이 밀어 닥치면서 뒤바뀌기에 이르렀다.
요즈음엔 샐러리맨들 대부분이 아침식사를 간이식으로 하고 점심식사는
제대로 하는 풍토가 정착된 것이다.

그러나 샐러리맨들이 점심식사를 제대로 즐길 여건이 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서울의 오피스빌딩 밀집지역에서는 출근전쟁 못지 않게 또
한차례의 "점심전쟁"을 치러야 한다.

어떤 종류의 식사를 들어야할까 하는 것도 일상의 걱정거리이지만 막상
어떤 식당에 들어가더라도 만원이 되어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 예사다.
막상 자리를 잡더라도 무릎이나 등을 맞대가면서 왁자지껄한 속에서
정신없이 식사를 해야 한다. 어떤 때는 제한된 점심시간에 쫓겨,또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에 밀려 게눈 감추듯 배를 채우는 요식행위로 식사를
끝내는 경우가 많다. 가히 점심공해를 실감하기에 충분하다.

일찍이 F 엘리엇이라는 사람이 "행복한 인생"이라는 저서에서 음식으로
미각을 즐기는 것만큼 인생에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없다고 한 말이
무색해져버린 감을 떨쳐버릴수 없다.

그런데 최근 실내식당의 공해를 벗어나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고궁
공원등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는 서울도심 샐러리맨들이 늘어나
새로운 점심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더운 날씨에 굳이
복작대는 식당을 찾을 것없이 야외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연도
완상해가면서 식사와 산책을 즐기자는 일석이조의 착상이다.

그러나 그러한 공간도 공원 점심족이 늘어나게 되면 얼마 가지 않아
사람들의 물결로 메워지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세계 어느 나라의
대도시보다 공원면적률이 낮은 서울이고 보면 답답함을 벗어날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한국정부에 반환예정인 용산미군주둔부지만이라도 제발 다른 용도로
쓰자는 발상을 내놓는 일은 없어야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