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정규재특파원]우리나라와 러시아공화국간의 경협재개협상이
기존채무에 대한 러시아공의 보증범위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러공정부는 기존채무의 상환에 대해서는 전액 러시아정부가 보증하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돌연 번복,기존채무의 일부(61.34%)만 보증하겠다는 새로운
제안을 최근 우리측에 통보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러공은 또 바로 다음달(5월)부터 도래하는 산업은행의 10억달러
현금차관과 수출입은행 전대차관의 이자에 대해서도 이를 유예해주거나
이자상환용 단기상업차관(3개월물)을 추가로 공여해줄것을 요청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정부는 러공측이 새롭게 제기해온 채무일부보증및 이자유예등의
문제는 경협지속여부에 중대한 장애가 될수있다고 보고 러공측 제안과
경협전반에 대해 신중히 재검토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새로운 제안외에도 구소연방해체이후 기존의 채무은행인
브네셰코놈방크와 올들어 러공이 대외경제은행으로 새로 지정한
브네셰토르그방크와의 사이에 업무분장이 아직 불확실한 점등도 경협재개에
우려를 던지고 있다.
러공측의 이같은 태도변화에 따라 IMF의 대러시아 지원약속과 더불어 쉽게
재개될 것으로 보였던 우리나라의 대CIS지원재개는 당분간 실행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현지의 일부 금융관계자들은 IMF G7 파리클럽등 대CIS지원창구의
어느곳과도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진행되고있는 우리나라의 대CIS경협협상이
당초부터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국제적인 대CIS지원속도및 내용에
상응하는 점진적인 협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러시아공화국이 새롭게 제기한 기존채무 일부보증문제는 사실상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러공은 이미 지난 1월16일 이고르 가이다르 부총리(당시 경제및
재무장관)의 이름으로 구소연방에대한 일체의 기존 채무를 러공이
보증하겠다는 각서를 우리측에 전달했고 이것을 기초로 협상이 계속되어
왔었다.
또 우리정부는 러공이 기존 채무의 전액을 보증하는 조건으로
30억달러경협총액중 91년의 집행분 14억7천2백만달러를 제외한
15억2천8백만달러의 75%를 러시아공에 배정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러시아공이 기존채무의 61.34%만을 보증하고 신규자금의 75%를
차지할경우 여타 CIS가맹공화국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보증액과 기채액의
차이만큼은 사실상 무보한 상태로 남는 심각한 결과에 이를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러공측이 이같은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경협재개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올들어 극도로 위축되어있는 이곳 주재 우리 상사들은 사실상
상사활동을 중단한채 새로운 경협돌파구가 열리기만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