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전(대표 육동창.60)이 불과 창업 5년만에 국내 안경업계 정상급
기업으로 성장,관심을 끌고 있다.
3백여개나 되는 중소업체들이 군웅할거하고 있는 시장에 안경의 문외한인
육사장이,그것도 50이 지난 나이에 뛰어들어 이룩한 일이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이회사의 매출은 가동 이듬해인 지난 87년 20억원이었으나 매년
50%안팎으로 신장,지난해엔 70억원에 달했고 올해에는 1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서전은 유럽및 일본등 외산안경이 판치는 국내 고급품시장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또 국내업체들이 개당 3 4달러씩에 안경테를
수출하는 것과는 달리 평균 20 40달러짜리 고가제품을 내보내
안경수출고가화를 주도하고 있다.
육사장이 안경산업에 참여한것은 우연한 계기로 이뤄졌다. 지난 79년
육군준장으로 예편한뒤 건설협회감사를 거쳐 삼환기업에서 전무로
근무하던중 부인의 인척인 재일교포 김병용씨(55)로부터 안경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게 됐다.
김씨는 일본 3대안경메이커의 하나인 이시야마안경 주식회사의 대표이다.
김씨는 고향인 전북 부안근처에 안경업체를 설립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갖고 있었다.
모국과 고향을 위해 봉사를 하고 싶다는 뜻에서였다.
제의를 받고 육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안경의 "안"자도 모르는데다
공무원출신이 사업해서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주위의 만류도 만만치 않았다. 편히 지내지 뭣하러 골치아픈 제조업에
손대려 하느냐는 것이었다.
육사장은 우선 일본 후쿠이에있는 이시야마안경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후쿠이는 일본 안경업체들의 90%가 몰려 있는 안경산업의 메카이다.
1년동안 일본을 10여차례 방문하는 한편 국내 안경산업을 파악한 육사장은
이시야마안경과 합작(일본측지분 49%)으로 85년1월 전북 정주에 서전을
창업했다.
당시 국내 안경산업은 플라스틱이나 니켈실버와이어를 소재로한
저가제품의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을 뿐 고가제품생산은 거의없는
시절이었다. 육사장은 고급소재 정밀가공및 세련된 디자인등 3박자를 두루
갖춘 고급제품생산으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당시 안경업체로선 파격적인 액수인 40억원의 설비를
투자,첨단금형기계 연마기 도금설비및 용접기등을 갖췄다.
1년4개월간 공장건설을 하는 동안에 분야별로 11명의 기능공을선정,일본에
1년과정의 연수를 보냈다.
육사장 자신도 안경생산에 관련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는 한편
공장건설기간중에는 며칠밤을 새워가면서 기계설치등을 진두지휘했다.
대지 5천평 건평 1천3백평규모의 공장이 완공된 것은 86년5월.
금장테를 비롯 티탄 하이니켈 모넬등을 소재로한 고급 금속안경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합작파트너의 전폭적인 기술지원이 뒤따랐지만 2백50여개의 정밀 공정을
거쳐야 하는 안경테생산은 쉽지 않았다.
처음 생산한 수천개의 안경테에서 미세한 불량품이 발생했다. 말이
불량품이지 육안으로는 알아보기 힘든 머리카락굵기보다 가는정도의 긁힘과
기포등이었다.
대부분의 회사관계자들은 이 정도의 불량은 문제 되지 않으니 그냥
유통업소에 납품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육사장은 이를 전량 폐기 처분토록 지시했다. 최고급품만을
생산하겠다는 그의 고집은 아무도 꺾을 수 없었다.
이렇게해서 파기된 물량이 생산초기에만 수억원어치에 달했다. 매년
매출액의 5%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하는 한편 대학에서 산업미술등을
전공한 8명의 인력으로 디자인실을 개설했다.
해마다 10 15명의 생산직근로자를 일본에 보내 연수를 시키는등
제품고급화에 온힘을 쏟았다.
품질에 대해 인정을 받게되자 내수판매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서전은 국내 안경업계 최초로 특약점제도를 도입,안경점규모나 신용도
위치등을 검토한뒤 선정한 특약점에 대해서만 물건을 공급했다.
이들 특약점을 통해 매달 정기적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생산공정에
반영했다.
수출도 선별적으로 실시,저가오더는 받지않고 개당 20달러이상의
고가오더만을 수주했다.
지난해엔 대만의 글로리사에 개당 38달러짜리 금장테 3천8백개를
내보냈다.
또 지난 7월에는 미국최대안경업체인 아메리칸옵티칼사에 20달러짜리
안경테 1만4천개,오스트리아의 고급안경업체인 실루엣사에 20달러짜리
안경테 1만1천개를 납품키로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 동경소재 안경유통업체인 하브스타일링사와 일본내 총판계약을
맺고 대일수출을 시작했으며 독일 로덴스톡등 세계 유수업체들과
수출교섭을 벌이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선에 머물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30%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충북 옥천생으로 한양대와 동대학원을 나온 육사장은 5척단구이지만
탱크라는 별명답게 저돌적으로 일을 밀어붙이는 성격을 갖고 있으며 서전을
세계적인 안경업체로 키울 꿈에 가득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