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참사에 대한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사고 원인 ‘총체적 인재실’였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경합수부는 20일 구속된 선장과 항해사 등 세월호 승무원들을 다시 소환해 사고 원인과 과실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또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하청업체 관계자들도 인천 해경청으로 불러 선사측이 선체 결함을 알고도 무리한 항해 지시를 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무리한 운항이 부른 ‘인재’

지금까지 검경합수부의 수사에서 사고 당시 세월호의 조타실은 근무경력 6개월에 불과한 3등항해사 박모씨(26·여)가 지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사고지점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서거차도 사이의 맹골수도라는 곳으로, 국내에서는 진도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센 곳이다.

박씨는 이곳에서 변침(배의 방향 전환)을 지시했고, 조타수가 무리하게 방향을 틀면서 배가 기울었다. 당시에 선장 이준석씨(68)는 이 구간에서 운항 경험이 없는 박씨에게 조타실을 맡기고 자신의 선실에서 잠을 잤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선박이 기울면서 제대로 결박하지 않은 화물·차량 등이 함께 쏠려 침몰한 것으로 합수부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합수부는 선사와 하역업체에서 하역과 고박 관련자료를 압수하고 관련자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선체 구조적 결함이 화불러

합수부가 이번 수사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대목이 ‘선체의 구조적 결함’이다. 사고 당시 진도 해상관제센터(VTS)에서 확인된 항적에서 세월호가 계속 우현 변침을 시도하면서 배는 반대편인 좌현으로 쏠렸다. 이 때문에 세월호는 오던 방향으로 거꾸로 되돌려졌다. 그동안 잦은 고장을 일으키던 조타기가 이날도 먹통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항해사 박씨도 “평소 속도에서 변침을 했다”며 규정을 준수한 운항이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이 런 진술로 미뤄 합수부도 선체 자체의 결함이 사고원인으로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년된 노후선박인 세월호는 그동안 조향장치와 레이더 등 주요 운항장비들이 잦은 고장을 일으켰다. 특히 사고당시 작동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구명보트들은 자주 펴지는 사고로 아예 쇠줄로 묶었다는 증언도 나와 현재 조사를 진행중이다. 합수부는 또 선박증축, 개조 등도 침몰에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선사와 증축한 조선소, 그리고 검사를 해준 한국선급협회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해양경찰청 등 5개 기관 합동점검에서도 수밀문(배가 침수됐을 때 물이 새어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문),비상조명등 비상발전기 등 5개 항목에서 불량판정을 받았다. 또 배의 좌우흔들림을 막아주는 스태빌라이저가 고장난 채로 운항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사 등의 도덕적 해이도 수사

퇴선명령없이 혼자 탈출한 세월호 선장 이씨는 유기치사죄 등을 적용해 현재 구속된 상태다. 합수부는 이번 사고로 승객들의 구조율이 낮은 반면 선박직 승무원은 모두 구조돼 이들이 사고시 규정된 역할을 다 했는지에 대해 수사중이다. 또 세월호가 출항 전 화물 657t, 차량 150대를 실었다고 해운조합에 보고했지만 실제 화물 1157t, 차량 180대를 싣은 것으로 밝혀져 규정보다 초과된 화물을 실은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검찰수사만으로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이번에 여객선 운항관리를 여객선사들이 만든 해운조합에서 맡는 등 연안여객선 운영과 잘못된 관행들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포=윤희은/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