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국가개조] 대기업 과장 출신 5급 사무관의 하소연, "경력 12년인데 업무는 행시 1년차 사무관"

성과에 대한 보상 없고
고시 출신 중심으로 인사
< 착잡한 관가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개편, 해양경찰청 해체 등을 발표한 가운데 20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이나 경력으론 행정고시 45회급인데, 실제론 55회 취급을 받아요. 월급이 절반으로 줄어든 건 제 선택이니 괜찮은데….”

국내 한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다가 5급 민간경력자 채용 제도를 통해 한 경제부처에 들어온 A 사무관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업에서 12년간 전문분야에서 일했고 조직 관리자로서의 경험도 쌓았지만 여기선 아무것도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행시에 갓 합격한 열 살 아래 동료들과 함께 묶이는 구조가 퇴직 때까지 따라다닌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그가 공무원이 된 때는 2011년. 기업에서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좋은 정책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에 인생 경로를 바꿨다. 그는 채용 당시 기존 경력을 인정받아 5급 12호봉의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직무 배치나 승진 등에선 민간기업 경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공무원으로 전직한 해를 기준으로 그해 행시 합격생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예를 들어 행시 출신 6~7년차 사무관이 각 과에서 주무 사무관 역할을 하는데, 저 같은 민간경력자 출신은 그 아래에서 일해야 합니다. 민간에서 같이 들어온 동기들의 나이가 대부분 마흔 안팎이고, 법무법인 파트너와 회계법인 대표도 있는데 말이죠.”

고착화돼 있는 행시 기수 문화도 민간경력자들이 관료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요인이라고 말했다. A 사무관은 “일을 잘한다 싶으면 고위 간부들이 가끔 ‘행시 몇 회냐’고 묻는데 그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왠지 소외감이 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또 성과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점이 민간에서 일할 때와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경력자는 행시 출신들이 꺼리는 분야의 직렬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일을 잘해도 월급은 (행시 출신과) 똑같다는 게 신기했다”며 “승진도 고시 출신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A 사무관은 “나는 돈을 보고 온 게 아니니까 견뎌내겠지만 더 많은 민간 인재를 끌어들이려면 획일적인 공무원 보수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마흔이 넘어 공직에 들어온 사람들의 경우 20년을 근무해야 모두 받을 수 있는 공무원연금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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