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銀 '임원되는 지름길' 따로있네


신한금융그룹은 오는 4월 새출발하는 신한은행의 통합원년을 이끌어갈 부행장 12명의 명단을 22일 발표했다.


자산 163조원의 국내 2위 신한은행의 위상에 비해 학별면에선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면모다.
그러나 신임 부행장들의 간단한 약력이 신한은행의 임원 경쟁력을 설명하진 못한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다른 은행들이 한결같이 최고의 경쟁 상대로 지목하는 신한은행 임원들의 '성공 DNA'는 무엇일까.

신한은행 임원으로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덕목은 조직에 대한 '로열티'(loyalty)'다.


어느 회사에서든 충성심은 성공의 필수 조건이지만 신한은행의 로열티 문화는 다른 어떤 조직보다 강하다는 평가다.
신한은행 모 임원의 경우 지점장 시절 사고가 발생하자 밤늦게 집문서를 들고 행장 집을 찾아갔다는 얘기가 신한맨들 사이에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집을 팔아서라도 은행의 손실을 메워달라고 하는 직원을 사랑하지 않는 조직은 없겠지만 그때 보인 충성심은 그를 탄탄한 출세가도로 올려 놓았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개별적인 독불장군 스타일의 천재보다는 회사에 충성하며 일에 책임지는 조직형 인재를 높이 중용하는 것이 신한의 불문율"이라고 잘라 말한다.
신한은행 임원들이 갖고 있는 또하나의 DNA는 '영업 마인드'다.


신한은 전통적으로 인사나 기획보다는 영업이 주도하는 조직이다.


전 행장인 이인호 신한지주 사장이나 신상훈 행장 모두 영업통 출신이다.


신 행장은 지점장 시절 평생에 한 번 받기도 힘든 전국 영업점 업적평가대회 대상을 두 번이나 받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인사에서도 신한 출신 6명 중 이백순 이휴원 최상운 등 3명이 영업통으로 분류된다.


이휴원 부행장은 은행장표창 1회를 비롯 금상 4회,은상 2회,동상 1회 등 총 10회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최 부행장은 금상 4회를 비롯해 영업점장 재직 중에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본상에 오르는 영업능력을 발휘했다.


이백순 부행장 역시 지점장 재직시 분당시범단지에서 금상,테헤란로 기업금융 지점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신한의 영업제일주의 문화는 은행의 탄생 배경과 관련이 있다.


1982년 후발 은행으로 출발한 만큼 '발로 뛰는 영업'은 기존 대형은행의 틈파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조건이었다.


실제로 3륜 전동차(리테일카트)를 끌고 시장을 돌며 상인들에게 소액권이나 동전을 교환해주는 영업 방법을 처음 선보일 만큼 신한의 영업력은 정평이 나 있다.


신한 임직원의 필수 덕목인 '파이팅 스피릿'도 영업 제일주의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한 부장은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투지로 밀어붙이는 파이팅 스피릿은 신한 문화의 근간"이라고 들려줬다.


신한의 조직문화가 다소 군대 스타일과 닮았다고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신한 DNA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임원으로 가기 위해 주로 밟는 출세 코스는 '일본 지사'다.


신 행장은 일본 지사 중에서도 요직으로 꼽히는 오사카지점장 출신이다.


또 이백순 부행장은 도쿄지점장을 지냈으며 김은식 부행장은 후쿠오카지점장을 거쳤다.


특히 신한지주회사 상무에서 은행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 상무는 오사카지점 대리,도쿄지점 차장,도쿄지점장 등 일본 지역에 세 번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일본 근무 경력을 중시하는 것은 신한은행이 재일교포들이 설립한 은행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주주들과 접촉하는 만큼 능력뿐 아니라 인성까지 검증된 사람들을 일본으로 내보내는 게 불문율이다.


한 임원은 "일본을 갔다 왔기 때문에 잘나가는 것이 아니라 신한은행을 대표할 수 있는 재목들을 일본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신한은행이 지난 24년간 압축 성장을 이루는 데 원동력이 된 신한 DNA도 이제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2008년까지 총자산을 267조원으로 끌어올려 '월드 클래스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통을 제외하고는 글로벌한 감각을 갖춘 임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존 조흥은행 부행장 가운데 신한은행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은 살아남은 반면 외국계 금융사에서 영입된 부행장들은 신한 DNA 결핍 때문에 낙마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21세기 월드 클래스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국제 감각을 갖춘 임원들이 나와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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