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치매환자에게 "오늘 뭐 드셨어요?"라고 묻지 마세요
“오늘 점심에 뭐 드셨어요?” “지금 몇 시예요?” “이 블라우스 새로 사셨어요?”

일상 속에서 상대방에게 흔하게 건네는 질문들이지만, 이런 질문을 쉽게 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 있다. 바로 치매 환자들이다. 치매 환자의 기억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특정한 대답을 요구하는 이런 질문은 환자들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질문 폭탄’보다는 “블라우스가 참 예쁘네요”처럼 환자가 어떤 대답이라도 할 수 있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치매의 모든 것>은 이처럼 치매 환자를 가족이나 지인으로 둔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치매의 종류부터 증상, 원인, 진행 단계 등 기본적인 정보뿐 아니라 치매 환자와의 대화법, 문제 행동 대처법, 간병 가족이 기운을 잃지 않는 법 등 유용한 팁도 들어있다. 치매를 위한 ‘종합 안내서’인 셈이다.

책은 네덜란드의 유명 임상심리학자인 휘프 바위선이 썼다. 그는 40년 가까이 치매 환자를 가까이서 지켜봐왔다. 그가 열다섯 살 때 외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후 아버지·어머니·막내 이모도 잇따라 치매 환자가 됐다.

오랜 시간 치매 환자를 돌보며 저자가 마침내 찾아낸 것은 ‘치매에 걸려도 잃지 않는 것’이다. 치매에 걸리더라도 사람의 감정, 바람, 욕망은 아주 늦게까지 유지된다. 치매는 뇌의 바깥 부위인 대뇌피질이 망가지면서 생기는데, 감정을 관할하는 부분은 이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심장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며 “사라지지 않는 이런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치매 환자를 대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치매 환자들과 소통을 이어가며 이들의 고립감이 악화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간병 가족들의 ‘멘털 관리법’도 다룬다. 보호자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환자에게 한 일에 대해 돌아서서 자책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남을 용서하듯 자신을 용서하라.”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