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어떻게 키워도 애들은 잘자라…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아기가 울면 바로 안아줘야 할까. “손 탄다”며 내버려 두라는 전문가들이 있다. 안아주면 응석꾸러기가 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안아줘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스트레스 때문에 뇌 발달이 느려질 수 있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아이가 자라면서 질문은 끝없이 늘어난다. 아이를 부모 옆에서 재울지 따로 재울지, 잘못을 따끔하게 혼내야 할지 부드럽게 타일러야 할지, 외국어는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하는지…. 모든 질문마다 “하라”는 전문가와 “하지 말라”는 전문가들이 대립하며 “자칫하면 애가 잘못될 수 있다”고 겁을 준다.

“마음대로 하면 된다”. 미국의 부부 인류학자인 로버트 러바인 하버드대 교수와 세라 러바인 박사는 <부모는 중요하지 않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들은 지난 50여 년간 전 세계 아동·양육에 대해 연구해 왔다. “세계 각국의 양육법을 보면 천차만별이지만, 어떻게 키워도 아이들은 대체로 잘 자라더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이를 키우는 서구 부모들에게 존 볼비가 주창한 ‘애착 이론’은 상식에 가깝다. 아이는 반드시 부모의 무한한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기 십상이라는 이론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 이론은 학자들에게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자주 받아왔다.

책은 여기에 더해 새로운 반례를 제시한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민족(5300만여 명)인 ‘하우사’족의 어머니들은 아기에게 말을 걸지 않고 눈을 맞추지 않는 관습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서적인 문제 없이 건강하게 자라난다. 이렇게 책은 세계 각지의 다양한 양육법을 근거로 “아기에게는 최대한 많은 자극을 줘야 한다” “아이를 부모 옆에서 재우면 의존적인 사람으로 자란다” 등 서구의 육아 통념을 하나씩 깨부숴 나간다.

책 제목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 실제 책 내용은 부모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생각보다는’ 중요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쉬어도 좋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울 때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지 마라. 아이들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민감하지 않다. 때로는 쉴 줄도 알아야 한다. 서구 육아법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