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흙 담긴 전자레인지, 목 잘린 마네킹은 누가 버렸을까
쓰레기는 골칫거리다. 현대사회는 점점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효율성과 편리함만을 찾는 현대인들의 생활방식 때문이다. 쓰레기가 자연 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삶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성장과 발전의 부산물’이라며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여긴다.

언론이 연일 쓰레기의 심각성을 보도해도 마찬가지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해양 동물들, 쓰레기 소각장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갈등, 장마철이 되면 강물 위로 떠다니는 온갖 쓰레기 더미가 뉴스를 장식한다. 사람들은 잠시 양심의 가책을 느낄 뿐 곧 다시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

아침이 되면 도심을 가득 채웠던 쓰레기는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새벽마다 구석구석 전국을 누비는 쓰레기 수거 차량 덕분이다. 환경미화원들은 수거 차량 뒤를 바짝 쫓으며 도로 옆에 한가득 쌓인 쓰레기봉투를 차량에 열심히 실어 올린다. 그런데 그 많던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다키자와 슈이치는 자타공인 ‘쓰레기 전문가’다. 원래 코미디언이었던 그는 2012년 쓰레기 청소부가 됐다. 청소부로 일하는 경험을 소개하기 위해 텔레비전에 출연하는가 하면, 쓰레기 분류와 재활용을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하고, 유튜브 채널 ‘다키자와 쓰레기 연구소’를 만들어 쓰레기 관련 동영상을 활발히 올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출간한 《대단한 쓰레기 이야기(すごいゴミのはなし)》는 다키자와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자녀들에게 조곤조곤 설명하듯 쓰레기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부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에 대한 얘기, 쓰레기 수거 차량에 대한 설명, 쓰레기 관련 퀴즈에 이르기까지 책은 그야말로 ‘쓰레기 잡학 사전’이라고 부를 만하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흙 담긴 전자레인지, 목 잘린 마네킹은 누가 버렸을까
쓰레기봉투 안에는 어떤 물건들이 담겨 있을까. 저자가 만난 쓰레기는 정말 다양했다. 흙이 잔뜩 들어간 전자레인지가 버려져 있는가 하면, 공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목이 잘린 마네킹이 담겨 있기도 했다. 엄청난 양의 버섯 요리가 버려져 있어서 그 용도가 무척이나 궁금했던 적도 있다. 저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쓰레기를 만날 때마다 당장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어떻게 해서 이런 쓰레기가 버려졌는지 묻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흙 담긴 전자레인지, 목 잘린 마네킹은 누가 버렸을까
음식 쓰레기 이야기는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면 포장도 뜯지 않은 케이크들이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다. 겨울철에는 햅쌀이 나왔다는 이유로 쌀만 가득 담긴 쓰레기봉투가 나온다. 유통기한이 막 지난 음식, 약간 손상돼 팔기 힘들어진 채소와 과일 등 분명 먹을 수 있는데 버림받은 음식들이 쓰레기로 나올 때마다 저자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말한다. 유엔이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는 국가들에 보내는 식량이 연간 420만t인데, 일본에서 1년 동안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가 이보다 많은 570만t에 이른다. 지구에 사는 생명체 가운데 유일하게 쓰레기를 배출하는 인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이름은커녕 쓰레기만 남기는 것은 아닐까.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