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 예술의전당서 4년 만에 독주회
"건반에 담긴 삶의 균형"…피아니스트 이효주
피아니스트 이효주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연주 활동을 했다.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을 졸업한 후 유럽 일대에서 활동했다.

다음 달 10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리는 독주회 '파리의 추억'(Souvenir de Paris)을 준비하면서 그는 그때의 기억을 더듬었다고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특별히 어떤 한순간을 떠올렸다기보다는 긴 세월 동안 저를 통과한 시간의 흐름을 전해드리자는 생각으로 연습했어요.

점으로서의 이벤트가 아니라 선으로서의 시간 흐름을 말이죠."
그는 생상스 '피아노를 위한 왈츠 형식의 에튀드', 드뷔시 '기쁨의 섬', 라벨 '라 발스' 등을 선보인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곡이지만, 프랑스 근대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프랑스 요리로 치면, 사람들이 달팽이, 푸아그라는 대부분이 다 알잖아요.

이번에 연주하는 곡들은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그런 요리처럼, 프랑스 음악 하면 떠오르는 그런 음악들이에요.

하지만 연주자 입장에서는 연주하기 어려운 곡들이죠."
사실 테크닉적인 면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연주할 수 있었던 작품들이지만 새로운 해석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연습에 매진했다.

온통 연주회 생각뿐이다 보니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꿈도 연주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남성들이 스트레스받을 때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꾸었던 것처럼.
이효주는 "녹음한 걸 많이 듣고, 주로 세부적인 부분을 연습하고 있다"며 "너무 욕심부리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타인의 기대를 좇다 보면 숨이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나 자신을 진정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다.

"건반에 담긴 삶의 균형"…피아니스트 이효주
이효주는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위층에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가 좋아서 엄마를 졸라 시작했다고 한다.

8세 때는 바이올린을 공부해서 5학년 때까지 했다.

하지만 단선율이 답답했다.

그래서 다선율이 가능한 피아노로 회귀했다.

음악뿐 아니라 독서도 좋아했다.

중학교 때는 쇼팽 피아노협주곡 2악장을 연습하면서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읽기도 했다.

"곡을 치고, 보면대에 놓인 책을 동시에 읽으면서 어떨 때는 곡에 좀 더 빠지기도 하고, 어떨 때는 책에 빠지기도 했어요.

그때그때 달랐어요.

"
중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동시에 소설을 읽는 '기예'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 정도로 피아노 실력이 출중했던 그는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입상했다.

1999년 신시내티 국제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2000년 모스크바 국제 쇼팽콩쿠르 우승, 2001년 아시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그랑프리 수상 등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 활동 막바지 때인 2010년에는 가장 저명한 국제 콩쿠르 중 하나인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준우승 및 청중상, 특별상 등을 동시에 석권했다.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함께 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첼리스트 이정란과 '트리오 제이드'를 결성해 2013년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에서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제9회 슈베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한국팀 최초로 1위 없는 3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솔로를 하건, 합주를 하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늘 성공일기만 썼던 건 아니다.

프랑스에서 연주 활동을 할 때는 연습을 너무 많이 해 팔이 말을 들지 않은 적도 있었다.

'과사용 증후군'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력도 있었지만 열정도 과했던 20대 초반이라 마음은 더욱더 급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자기를 괴롭히는 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건반에 담긴 삶의 균형"…피아니스트 이효주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조금 더 늘었다고 한다.

결혼도 했고, 사람과의 관계도 더 넓고, 깊어졌다.

예전에는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을 주로 들었다면 요즘은 트로트 음악도 듣는다고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 삶에도 균형이 필요하듯, 음악에도 균형감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평생 국가대표 선수처럼 살았어요.

매일 아침 태릉선수촌에 들어가서 단련하는 선수처럼 연습했죠. 어렸을 때는 테크닉과 힘이 있었으나 인생의 깊이를 담아내기 어려웠죠. 이제는 인생의 깊이가 조금 생겼는데, 몸이 받쳐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나이가 들면 더 그러겠죠. 어렸을 때는 음악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균형감을 찾고자 노력해요.

음악과 삶 사이의 균형감 같은 것들 말이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