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꽃 최현우(1989~)
누가, 아주 잠깐 만지고 간 거라고

꽃이 피었습니다
꽃이 자꾸 피었습니다

전부 죽고
다시 사는데

누가 꽃이 되었을까요

시집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문학동네) 中

4월,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목숨은 꽃이 되었을까요? 그날을 잊지 말라고 꽃으로 와서 사월을 적십니다. 환함으로 자꾸만 피어납니다. 전부 죽고 다시 사는 일, 꽃이란 이름으로 인사하러 왔다가 다시 돌아갑니다. 아주 잠깐이라도 얼굴 만져보라고 그 꽃이 피었습니다. 그리운 얼굴들은 활짝 핀 웃음을 내보이며 남겨진 마음을 아주 잠깐 만지고 가네요. 이 땅의 모든 슬픔을 사월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꽃이 피는 것도 나무가 싹을 뱉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조용히 눈을 감고 고개 숙이며 안타까운 영혼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