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막연한 추정' 아닌 '정확한 진단'이 경영의 기본
잇몸에서 피가 나면 대부분 염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단순한 염증이 아니라 비타민C 결핍으로 인한 괴혈병일 수도 있다. 잇몸 출혈은 괴혈병의 주요 증상 중 하나다. 하지만 염증이라고 단정하는 순간 괴혈병 치료 시기를 놓치고 만다.

조준호 LG인화원 원장은 저서 <차이를 만드는 CEO의 생각 도구>에서 “기업을 운영할 때도 이런 사고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며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해야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막연한 추정만으로 접근할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기업을 경영하면서 직면하는 많은 문제의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생각의 힘을 키우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선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 요인의 복잡한 관계와 상호작용,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현상 너머에 있는 진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괴혈병 문제는 인간 몸의 메커니즘을 알아야만 접근할 수 있듯, 제품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기계학적 원리와 소프트웨어 작동 원리까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생각의 넓이와 깊이를 확장해나가는 사람만이 이런 능력을 갖출 수 있다”며 “좁은 생각의 틀에 갇혀 있는 사람은 특출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해도 상황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처음부터 특정 해결책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소 애매하더라도, 해석의 여지를 넓혀 놓는 편이 좋다. ‘특정 제품의 매출을 늘리자’고 제안하기보다 ‘이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되자’고 말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다. ‘수송비를 줄이자’보다 ‘시스템 전체의 비용을 줄이자’고 제안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마다 생각의 엔진을 가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분석-가설-검증-종합’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반복해야 한다. 이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면 아무리 낯선 결론이라 해도 올바른 해결책에 다다를 수 있다. 많은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한 고된 일이지만 조직의 리더라면 문제 해결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사력을 다해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단순히 창의적 발상법에만 의지해선 안 된다. 리더 본인부터 문제 해결의 전체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필요한 핵심적 도구와 지식을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반복해 익혀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