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사진)은 오는 24일 서울관에서 ‘미술관/박물관, 대학 그 창의적 결합 가능성’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최근 화두인 미술관·박물관과 대학의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다. 기조발제는 클레멘타인 델리스 독일 함부르크 조형예대 교수가 맡고 김영호 중앙대 미술학부 교수 등이 토론한다.
추석 연휴(12~15일)에 온가족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현대미술 전시회가 다채롭게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들이 연휴 기간 휴무 없이 관람객을 맞는다. 유명 화가들의 작품전은 물론 사진과 건축, 디자인 분야까지 전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관람하면서 신선한 미적 경험을 얻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국립현대미술관은 연휴 기간 모든 전시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과천 본관에서는 일본 미술계를 중심으로 활동한 곽인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회고전이 열린다. 곽인식은 198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릴 정도로 유명했지만, 1988년 68세에 폐암으로 도쿄에서 작고하면서 잊혀진 작가가 됐다. ‘물성’ 탐구에 몰두한 곽인식의 미술 인생을 아우르는 수작 100여 점이 나와 있다.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20세기 혁명적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은 ‘야수파 걸작전’을 마련했다. 색채 혁명을 일으킨 ‘야수파’와 형태 혁명을 가져온 ‘입체파’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전이다. 앙리 마티스, 앙드레 드렝, 파블로 피카소 등 거장들의 작품과 정신을 담은 회화, 사진, 조각, 영상 등 140여 점이 걸렸다.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스토리를 담은 자료들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건축과 패션, 디자인의 미학을 체험하고 싶다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찾아보자.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전에서는 ‘집합도시’를 주제로 한 43개 팀의 연구 결과물과 현재의 도시 구성을 재해석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볼 수 있다. 현대사회의 주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적 대안을 모색한 작품과 한국의 찜질방 문화에서 착안한 작품 등이 눈길을 끈다. 2층 디자인박물관에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디자인한 의상, 사진, 페인팅, 오브제 등 540여 점과 수십 년간 수집한 명화, 팬들의 선물 등 1500여 점을 배치했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의 예술세계 속으로 떠나는 여행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프랑스 천재 화가 베르나르 뷔페와 스웨덴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뷔페는 1948년 19세의 나이로 프랑스 비평가상을 받으며 미술계의 스타가 됐다. 추상회화를 지향하던 시대에 사실적인 구상회화를 고집하며 죽음과 전쟁, 사랑을 화폭에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는 1999년 작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의 시대별 유화 92점을 걸었다. 초현실주의 사진의 대가 요한슨의 특별전에는 그의 대표작 50점이 관람객을 반긴다.‘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내고(乃古) 박생광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회도 가볼 만하다. 한평생 채색화의 새길을 모색한 박생광의 회고전은 대구미술관에서 열린다. 80여 점의 회화가 나온 이번 전시에는 자화상 같은 ‘노적도(老笛圖)’ ‘여인과 북’을 비롯해 색채 추상화도 나와 몽환적 세계를 연상시킨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2년 첫 회 때 35만 명, 2017년 2회 때 90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은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 야외 프로젝트’가 2년 만에 다시 열린다.5일 개막하는 건축전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기억된 미래’는 고종황제가 서거하고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으로부터 100년이 흐른 2019년, 대한제국 시기에 품었음 직한 미래 도시를 향한 꿈을 현대 건축가의 시각과 상상으로 풀어낸다.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과 서울관 야외에서 함께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스페이스 파퓰러(태국), CL3(홍콩), 뷰로 스펙타큘러(대만), OBBA(한국), 오브라 아키텍츠(한국) 등 아시아지역 건축가 다섯 팀의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를 기획한 이지희 학예연구사는 “덕수궁은 ‘개항’과 서양문물이 유입되는 ‘근대화’라는 전환기를 담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이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아시아 출신 건축가들이 덕수궁과 하나의 공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작품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스페이스 파퓰러는 덕수궁 광명문에 설치 작품 ‘밝은 빛들의 문’을 선보인다. 광명문이란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빛을 통해 건축적인 것과 미디어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한국의 단청 패턴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가상 공간을 빛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고종황제 침전이던 함녕전 마당에 설치된 CL3의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는 황실 가마와 가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라운지 의자, 풀 배드, 시소 등 20세기 서구의 실험적인 가구를 조합한 6개 가구 유형을 설치해 동서양이 만나던 대한제국 시대 황제의 일상적 삶을 상상하게 한다.덕수궁 법전으로 과거 연향(궁중잔치) 무대였던 중화전 앞에서는 OBBA의 ‘대한연향(大韓宴享)’을 만날 수 있다. 연향 때 쓰인 전통 구조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오색 반사필름이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 반응하며 춤추듯 화려한 색을 만들어내 묘한 풍경을 연출한다.덕수궁관에 이어 서울관 마당에는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인 오브라 아키텍츠의 초대형 파빌리온 온실인 ‘영원한 봄’이 11일 공개된다. 기후 변화와 역사 변혁에 대해 다양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전시는 내년 4월 5일까지.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거주하며 실험적인 작업을 해온 아티스트 김순기 씨(73)의 회고전이 오는 31일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에서 개막한다.서울대 서양화과 졸업 후 1971년 프랑스로 넘어간 김씨는 ‘68혁명’ 이후 자유롭고 지적인 토론이 활발하던 남프랑스에서 철학자, 예술가 그룹과 교류했다. 1980년대부터는 파리 교외 비엘 메종의 농가를 개조한 작업실에 거주하면서 동서양 철학, 시공간 개념 탐구 등을 바탕으로 정형화할 수 없는 예술과 삶의 관계를 고찰해왔다.작가는 자신이 쓴 동명의 시 제목 ‘게으른 구름’을 회고전 제목으로 붙이고, 그동안 지향한 예술의 의미와 삶의 태도를 전시장에 풀어놓는다. 그에게 ‘게으름’이란 타자가 규정한 틀에 갇히지 않고, 삶의 매분 매초가 결정적 순간임을 긍정하며 사유하고 행동하는 일이다. 내년 1월 2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평생을 파고든 사유적 세계를 회화, 설치, 영상, 드로잉, 퍼포먼스 등으로 승화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