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관광' 살려야 관광강국 열린다
회사 일로 해외 출장을 자주 가게 된다. 개인적으로 관광에 관심이 많아 그 나라의 관광 인프라를 둘러보고 사업적 영감을 얻는다. 최근 대만을 둘러보면서 느낀 것은 관광 자원이 수도인 타이베이에만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가오슝, 펀딩, 타이중까지 골고루 발전해 있다는 점이다. 일본을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도인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곳곳에 관광 자원이 널려 있다. 그런 이유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은 1700만 명 정도인데 내국인 출국자는 무려 2700만 명이나 된다. 외국인 관광객은 고사하고 한국인조차 지방은 볼 게 별로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내국인 출국자가 많으니 당연히 관광수지도 17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관광 적자는 138억달러로 재작년 적자 65억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다. 138억달러라는 적자 규모는 달러당 1100원인 환율을 따져봐도 15조원이 넘는 엄청난 수치다. 한국 관광산업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방관광 활성화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한 말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박근혜 정부 때도 한결같이 주창했던 것이 지방관광 활성화였다. 덕분에 전주와 대구 같은 도시는 지방관광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관광 강국이 된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아직도 지방관광 인프라가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맥키스컴퍼니는 대전의 향토기업으로 2006년부터 돌산이던 계족산에 14.5㎞ 황톳길을 조성했다. 매년 전국에서 2000여t의 질 좋은 황토를 구매하고 맨발로 걷기 좋은 길이 되도록 관리하며, 방문객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주말마다 연간 50여 회의 무료 음악회를 열고 매년 5월에는 맨발축제를 열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계족산 황톳길은 매년 100만여 명이 찾는 전국적인 힐링명소로 자리매김했고 한국 관광 100선에도 3회 연속 선정됐다.

지방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지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 지역의 관광 자원을 발굴해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다른 지역에 다양하게 홍보해야 한다. 계족산 황톳길과 인근의 공주, 부여 등 백제문화권을 연계한 관광개발 코스도 고민해볼 일이다.

또한 관광객 수만 늘리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족산 황톳길에는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고, 맨발걷기 후 맥키스오페라 ‘뻔뻔(fun fun)한 클래식’이라는 유쾌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많은 시민이 즐겁게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소주회사 회장이 지역관광 활성화에 힘쓰는 것은 지역사회와 상생을 이루고 싶어서다. 지역이 살아야 관광이 살고 관광이 살아야 우리 같은 향토기업이 발전한다.

지역관광 활성화라는 거대한 담론은 정책담당자들이 형성해나갈 사항이지만 지역 단위에서 지역관광의 동력을 끌어낸다면 목표를 좀 더 빨리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봄이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지방 여행지로 떠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