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혁신의 아버지’로 불리는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1970년부터 2년간 교회 선교사로 한국에 파견돼 일했다. 그의 나이 18세 때였다. 당시 한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달러가 채 되지 않는 가난한 나라였다. 그는 이런 가난이 몰고온 불행을 여기저기서 목격했다. 아이들, 노부모와 함께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그에게 처절하게 다가왔다. 이들의 고통은 되풀이되는 일상이란 점이 더 충격이었다. 크리스텐슨은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경제발전론을 공부하려 했지만 결국 경영학을 택했고 혁신 이론의 구루가 됐다. 크리스텐슨은 이를 ‘운명의 우여곡절’이라고 표현한다.지금 크리스텐슨은 한국을 찾으면서 50년 전 한국과 어떤 유사점도 찾지 못한다. 한국은 이제 다른 국가를 도울 수 있는 나라가 됐다. 그는 여기서 학자로서 의문을 품는다. 그런 극적인 변화를 겪은 나라는 한국 외에는 찾기 힘들다. 수십 년간 가난한 국가들을 번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과 국제기구들은 교육과 인프라에 투자하고 보건과 환경을 개선시켰다. 하지만 수십억달러의 원조를 받은 국가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하다. 당시 국민소득이 한국과 비슷하던 부룬디와 나이지리아, 과테말라 등은 아직 소득이 그대로다. 어떤 국가는 번영으로 향하고, 또 다른 어떤 나라들은 왜 가난으로 내몰리는지 크리스텐슨은 수십 년간 탐구했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과제였다.크리스텐슨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을 파헤치고 올바른 번영의 길을 안내하기 위한 책인 《번영의 역설(The Prosperity Paradox, 하퍼비즈니스)》을 최근 에포사 오조모, 캐런 딜런 등과 함께 출간했다. 이 책은 그의 학자적 결실인 셈이다. 그는 “번영이란 노르웨이 뉴질랜드 핀란드처럼 원래 부유하거나 호주처럼 자원이 많은 국가들에 통하지 않는 단어”라고 못박는다. 크리스텐슨이 정의하는 번영은 ‘한 지역 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행복을 증진시키는 과정’이다. 그가 보기에 번영의 과정은 아무나 밟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게 투자를 했는데도 번영하지 못하는 걸 두고 크리스텐슨은 ‘번영의 역설’이라고 불렀다. 미국은 물론 번영한 국가의 범주에 포함된다. 감시가 있고 혁신이 없는 국가들은 번영한 국가가 아니다. 사회경제적인 계층 상승이나 지역 간 이동이 없는 국가도 물론 아니다.이런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크리스텐슨은 톱다운 방식인 일반 경제개발 모델의 한계를 확인하고, 기업 주도의 경제성장과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업가의 야망에 바탕을 둔 혁신을 통해 국가 사회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자원을 이끌어낼 때 경제 발전이 뿌리를 내린다는 것이다.그는 무엇보다 새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의 힘’을 강조한다. 다른 혁신들도 이익과 일자리는 만들지만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시장 창조 혁신은 복잡하고 값비싼 제품과 서비스를 보다 간단하고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크리스텐슨은 일반인이 당장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비소비자(non-consumer)를 소비자로 전환시키는 시장 개발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같은 시장 창조 혁신은 경제 엔진에 불을 붙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이익을 올리며 사회 문화를 변화시킨다. 시장은 결국 사회를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요인들을 사회로 끌어들이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창출하는 과정에서 국가 건설도 우연히 이뤄진다고 강조한다.시장 창조를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이나 혁신에서 사용하는 푸시(push)전략보다 수요를 견인하는 전략이다. 그는 나이지리아의 국수공장 하나가 나이지리아의 사회 문화를 바꾼 사례를 들었다. 싱가포르 기업 톨라람은 나이지리아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수에 착안했다. 국수공장을 건설하고 판매망을 구축했다. 전문적인 교육도 하고 전기도 들여왔다. 상하수도 시설도 지었다. 이 기업이 투자한 건 나이지리아의 국수 시장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 기업이 나이지리아 정부의 지원을 바랐다면 아직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크리스텐슨은 또 법 제정 문제도 지적한다. 개발도상국에서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봤자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한 것이어서 그 나라 문화와 사정에 맞지 않는다. 법을 잘 만들려고만 하는 건 번영에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패도 문제로 보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기업의 수익이야말로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키고 사회적인 기여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시장을 찾는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세계는 기회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한다.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할 당시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54달러에 불과했다. 2025년 중국의 1인당 예상 GDP는 1만2700달러에 달한다. 남한보다 3.7배 넓은 국토 면적을 가진 일본의 산업생산 시설 규모는 한국의 14배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꼽는 비호감 국가 1위는 일본, 2위는 중국이다. ‘쪽바리’ ‘때놈’이라는 비하도 여전하다.우수근 중국 산둥대 객좌교수가 쓴 《한중일 힘의 대전환》은 우리가 중국과 일본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는다. 중국과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청나라 말기 외세에 대한 적확한 통찰 없이 감정적 배척을 일삼다 청의 몰락을 자초한 의화단’에 비유한다. 저자는 “우리의 불행한 역사는 주변국의 야욕과 탐욕 때문만은 아니다”며 “주변국에 대한 몰이해와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 불행의 역사를 반복하게 했다”고 지적한다.하지만 기회의 불씨는 살아 있다. 책은 양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용할 방안을 찾아간다. 저자가 제안하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는 사업 기회는 시차를 활용하는 것이다. 장기불황과 베이비붐 세대 등 일본은 10여 년의 시차를 두고 한국과 비슷한 산업구조, 인구분포를 보인다. 일본에서 먼저 유행한 상품을 한국으로 들여와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 롯데다. 소비 트렌드뿐 아니라 도시 정책과 인구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본이 먼저 간 길을 참고할 수 있다.중국과 관련해서는 중국 정부가 매달리고 있는 환경 분야와 불량품 문제가 불거진 식품 및 위생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환경과 식품은 현재 중국 기업의 기술로는 해결이 어려워 정부가 그만큼 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분야들”이라며 미생물로 수질 오염을 획기적으로 정화하는 기술을 통해 중국 시장을 공략한 국내 중소기업을 사례로 든다. 이 회사는 심하게 오염된 중국의 하천 지류 두 곳을 살려내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저자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중국에서 가르치며 양국에서 20년 넘게 생활했다. 이를 기반으로 단순히 한·중·일 삼국의 관계를 언어와 문화, 생활과 성향을 엮어 풀어냈다. 그 덕에 깊이보다는 거리를 중시하는 일본인과 자기중심적인 중국인의 특성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잘 모를 때는 애물단지, 제대로 알게 되면 보물단지”라는 저자의 말이 더 와닿는다.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오전 5시 기상, 이 한 가지에서 모든 행동의 변화가 시작된다.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이 인간의 집중력과 에너지, 즐거움, 탁월함을 결정한다.”세계적인 리더십·동기부여 전문가인 로빈 샤르마는 《변화의 시작 5AM 클럽》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이른 아침 기상을 꼽는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변화를 꿈꾸거나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로 막을 내리고, 남는 건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뿐이다. 혹은 나만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에서 오는 자괴감이다.저자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살고 싶은 방향으로 총명함을 발산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모두 내면에 그런 힘을 갖고 있으며, 그 힘이 가장 분명히 드러나는 때가 바로 새벽의 첫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는 오전 5시라는 얘기다.이 책은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엮은 자기계발서다. 더 큰 성공을 꿈꾸는 화가와 사업이 위기에 몰린 사업가가 기이한 노인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는, 그래서 변화가 필요한 두 사람은 노인의 말에 감화돼 여행을 떠난다.노인은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과도한 자극과 소음에서 벗어나 있을 때 최대한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전한다. 이 시간에는 ‘일시적 뇌 기능 저하’가 일어나 끊임없는 분석과 반추, 과도한 생각이 멈춘다는 것. 새벽 시간의 고독과 고요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연료인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생성을 촉진한다.위대한 인물 중에는 동트기 전에 일하는 습관을 가졌던 사람이 많다. 음악가 모차르트, 베토벤, 소설가 헤밍웨이 등 위인들은 이른 아침 시간을 평온하고 고요하게 보냄으로써 창의력의 저장고를 다시 채웠다고 저자는 전한다.노인은 오전 5시에 깬 뒤 1시간 동안 무엇을 하는가가 인생의 판도를 바꿔줄 습관이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20/20/20 공식’을 적용해 아침 시간 관리를 하라고 권한다. 첫 20분간 격렬히 운동하면 멋진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된다. 다음 20분간 고요함을 음미하면서 아름다운 인생을 살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숙고한다면 그날 남은 시간을 지혜롭게 보낼 수 있다. 마지막 20분은 책을 읽거나 오디오북을 듣거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자기 연마에 힘쓰면 지식 기반을 넓히고 통찰력을 높일 수 있다.오전 5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일이다. 노인은 ‘66일의 과정’만 잘 따르면 누구나 습관을 굳힐 수 있다고 전한다. 첫 22일간 해체 과정을 통해 깊이 배어 있는 습관을 극복하고, 다음 22일 동안 정착 과정을 통해 새로운 습관을 정착시킨다. 마지막 22일간은 새로운 습관이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 차원에서 통합되면서 일상의 표준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든 변화는 처음에는 힘들고, 중간에는 혼란스러우며, 마지막에는 아름답다”며 “아침을 지배하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