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고갈 위기와 기후 변화 문제를 극복하고 문명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 세계 주요국의 에너지 정책과 함께 한국의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 변화 과정도 돌아본다. 책은 기술적인 발전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님을 강조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실에 맞는 정책과 우리의 인식 변화라는 것이다. (자유아카데미, 336쪽, 2만2000원)
경제·경영●사장은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스페인 IE경영대학원 교수들이 창설한 싱커스50 재단이 세계 경영사상가 50명을 선정해 그들로부터 조언을 듣는다. (싱커스50 지음, 이윤진 옮김, 메디치미디어, 268쪽, 1만5000원)●당신의 무기는 무엇인가 전쟁의 역사에서 승리를 이끈 지휘관들의 전략을 조직과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12개의 무기로 제시한다.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최린 옮김, 와이즈맵, 336쪽, 1만6000원)●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의 52가지 공통점 수십 명의 백만장자를 인터뷰해 그들이 부를 얻은 비결을 뽑아냈다. (앤 마리 사바스 지음, 김미정 옮김, 스노우폭스북스, 252쪽, 1만5800원)인문·교양●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유라시아 대륙의 유적과 유물을 비교해 새롭게 태어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동서양 문화를 살펴본다. (김문환 지음, 홀리데이북스, 308쪽, 1만9000원)●언어와 탱크를 응시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 가토 슈이치가 일본과 세계 정세에 대해 쓴 평론을 모은 책이다. (가토 슈이치 지음, 서은혜 옮김, 돌베개, 412쪽, 2만2000원)●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중국 ‘손자병법’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의 잡문집이다. (리링 지음, 장창호 옮김, 글항아리, 528쪽, 2만2000원)아동·청소년●하루 자신의 일상을 최선을 다해 저마다의 속도와 모양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하루를 그린다. (강혜진 글·그림, 논장, 44쪽, 1만2000원)●초코가루를 사러 가는 길에 눈이 쌓인 어느 날 초코가루를 사러 길을 나선 곰이 여러 동물들을 만나면서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다. (박지연 글·그림, 재능교육, 44쪽, 1만2000원)●내가 노벨상을 탔어요 이상한 알에서 태어난 ‘메로’를 만나 관찰 일기를 쓴 아이는 커서 과학자가 됐고 노벨상까지 받는다. (나카오 마사토시 글, 도리 그림, 도깨비달밤, 32쪽, 1만2000원)
“모두에게 통용되는 성공의 모델이 점점 사라져 가는 시대입니다. 그럴수록 자기 일의 모델과 기준을 규정해야 할 일이 많아지죠. 외부의 평가보다는 스스로 성장을 확인하며 일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20여 년의 직장생활 중 절반가량을 경영 및 투자 분야에서 일해온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사진)는 최근 출간한 《일하는 마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책엔 경영 컨설팅업체 맥킨지와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사모펀드운용사 칼라일 등 다양한 일의 영역들을 넘나들며 얻은 경험과 성찰 그리고 배움을 담아냈다. 제 대표는 책에서 자신의 경력을 3기로 나눴다. 이 책은 글로벌 기업들 속에서 직장인으로 있던 1기를 지나 조직 밖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하며 독립적으로 일했던 2기에서 ‘임팩트 투자’를 지향하는 벤처캐피털(3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썼다. 그는 “독립`적으로 일하다 다시 직장인이 되기까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며 “그 과정에서 조직의 목표와 내 결심을 정렬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성공과 결과 그리고 타이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재 직장에서 그는 성공 대신 성장의 역량을 축적하고 ‘나’를 중심으로 목표와 동기를 설정하라고 말한다. 자기 중심을 잡고 행복하기 위한 여섯 가지 성장조건도 제시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조한 부분은 ‘선택은 가볍게, 오늘은 단단하게 살라’는 것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결정적 선택을 내려야 할 시점이 오지만 무엇이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영영 알 수 없다”며 “생각을 많이 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에 가볍게 선택하고 대신 나에게 주어진 오늘로 시선을 당겨와 단단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전문성 대신 탁월성에 주목하라고도 조언한다. 특정 분야에서 어떤 타이틀을 갖고 있느냐가 전문성이라면 탁월성은 그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기반으로 고유의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제 대표는 “어떤 분야와 유형의 조직인지에 따라 둘 중 무엇을 중시할지는 달라지겠지만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벤처캐피털은 타이틀보단 탁월성이 더 중시되는 산업”이라며 “자발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힘, 잘하고 못하는 기준을 스스로 정의하는 힘, 즉 탁월성을 가진 스타트업들도 많이 만난다”고 덧붙였다. 책에서도 그는 자기 일을 의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려 간다면 그런 사람들이 만든 탁월성은 전문성으로 치환되지 않더라도 인생의 굳건한 디딤돌이 돼준다고 강조한다. (제현주 지음, 어크로스, 256쪽, 1만4000원)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내가 번역한 모든 경전이 후세에까지 세상에 전해져 함께 널리 퍼지기를 바랄 뿐이오. 이제 많은 사람에게 성실하게 맹세하는바, 내가 번역하여 옮긴 것에 잘못이 없다면 화장한 후에도 내 혀만은 불에 타지 않을 것이오.”서기 413년 4월13일 후진(後秦)의 수도 장안에 있는 초당사. 고좌(高座)에 앉아 경전을 강의하고 설법하던 고승은 이렇게 말했다. 혼미한 정신을 간신히 추스르고 말을 마친 그는 눈을 감았다. 다비식을 마치자 그의 유해는 공무(空無)가 됐으나 잿더미 속에서 온전히 형체를 갖추고 남아 있는 것이 있었다. 크고 연꽃 같은 홍색을 띤 혀였다고 한다.과학적으로는 믿기 힘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범어나 서역의 언어로 된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한 한역 불경의 새 역사를 쓴 구마라집(鳩摩羅什·344~413)이다. 중요한 것은 그의 혀가 탔느냐 안 탔느냐가 아니다. 그가 어떻게 불교를 공부했고 경전을 번역했느냐다. 《구마라집 평전》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화둥(華東)사범대 중국문학과 공빈 교수가 수행자이자 사상가, 역경가로 활동했던 그의 일대기를 복원한 책이다.구마라집은 산스크리트어 쿠마라지바의 음역이다. 인도 출신 승려였던 아버지 구마라염과 서역 구자국(龜玆國·현재 신장의 쿠처) 왕의 여동생이던 어머니 지바의 이름을 섞어서 지었다. 7세에 어머니와 함께 출가한 그는 9세에 북인도의 계빈국(현 카슈미르)으로 유학을 가서 초기 경전을 배웠다. 귀국길에는 소륵국(현재의 카슈가르)에서 여러 논서와 초기 경전을 배웠고, 사차국의 왕자 수리야소마 밑에서 대승경전을 공부했다.스무 살에 구자국의 왕궁에서 승려로서의 마지막 계를 받은 그는 계율을 철저히 지키는 수행자로서뿐만 아니라 불교사상에 대한 해박하고 깊이 있는 지식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소승·대승불교의 모든 경전을 통달했을 뿐만 아니라 언어·수사·논리학·수학·천문·음악·미술·의학·약학 등에도 능했다. 그러나 그 명성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382년 전진(前秦)의 왕이 된 부견은 여광 장군에게 구자국을 정벌하고 구마라집을 데려오게 했다. 구자국을 점령한 여광은 구마라집에게 강제로 술을 먹이고 왕녀와 결혼하도록 했다. 독신 수행자에게는 치명적인 파계였다.깨진 그릇에는 물을 담을 수 없다고 했던가. 단 한 번의 파계는 구마라집의 명성과 그에 대한 존경심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구마라집은 장안으로 돌아가는 여광을 따라가야 했다. 그는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된 범본뿐만 아니라 서역어로 된 불경까지 빼놓지 않고 구해서 가져갔다. 활자본이 없는 무문본 불경은 매일 외워서 기억했다고 한다.역경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귀국길에 여광은 전진이 멸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재의 간쑤(甘肅省)성에 있던 양주를 평정하고 후량을 건국했다. 이 때문에 구마라집도 이곳에서 무려 15년을 보내며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여광은 여기서도 구마라집에게 궁녀를 붙여 파계를 강요했다. 마침내 후진의 왕이 된 요흥이 그를 데려오게 해 국사(國師)로 모시고 장안의 서명각(西明閣)과 소요원(逍遙園)에서 경전을 번역하게 했다. 굴욕의 17년 세월을 참고 견딘 결과였다.장안에 머무는 12년 동안 구마라집이 번역한 불경은 대품반야경·법화경·금강경·유마경·아미타경·대지도론 등 35종 300권에 달했다. 구마라집이 이렇게 많은 경전을 번역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학식과 다양한 외국어 능력 덕분이었다.그가 장안에서 역경 사업을 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인재가 모여든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대품반야경을 번역할 때는 이름난 승려 100여 명이 모였고, 법화경과 사익경 번역에는 문도 800여 명과 사방의 승려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유마힐경 번역에는 1200명, 범망경과 십송률 번역에는 3000명의 승려가 모여 힘을 보탰다. 불세출의 구마라집과 뛰어난 제자들, 불교를 열렬히 신봉하는 황제가 만나 사상 최대의 역경사를 이뤄낸 것이다.저자는 “후대의 현장법사는 구마라집보다 많은 불경을 번역했지만 구마라집은 현장보다 더 넓은 범위의 불경을 번역했다”며 “구마라집의 번역은 의미, 언어, 음악, 문학 색채 등이 이전 번역과 다르고 새로웠다”고 평가했다. 구마라집은 번역할 때 원뜻의 정확함과 표현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렸다.적잖은 두께의 책이지만 불교의 전래사와 역경의 역사, 당대의 문화와 사회, 자연풍경까지 함께 복원해낸 저자의 노고가 읽는 재미를 준다.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