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혁 전문기자의 문화산업 리포트

'곡성'으로 재미 본 20세기폭스코리아, 31일 '대립군'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밀정' 이어 'V.I.P' '악질 경찰' 곧 개봉
중국 진출 교두보·국내시장 선점 전략…유명감독 유치전 치열
할리우드 직배사 20세기폭스코리아가 오는 31일 개봉하는 ‘대립군’.

할리우드 직배사 20세기폭스코리아가 오는 31일 개봉하는 ‘대립군’.

이정재 여진구가 주연한 정윤철 감독의 사극 ‘대립군(代立軍)’이 오는 31일 개봉한다.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선조를 대신해 왜군과 싸우는 분조(分朝)를 이끈 광해군과 생계를 위해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할리우드 직배사 20세기폭스코리아가 120억원의 총제작비 중 절반 이상을 직접 투자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배급한다.

유재혁 전문기자

유재혁 전문기자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들이 한국영화 투자 배급을 확대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지난해 처음 투자배급한 김지운 감독의 ‘밀정’(750만명)을 흥행에 성공시킨 뒤 올해 2월 이병헌이 주연한 ‘싱글라이더’를 투자배급했다. 워너는 연내 장동건·김명민이 주연한 액션영화 ‘V.I.P’(박훈정 감독)와 이정범 감독의 ‘악질 경찰’을 잇따라 개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김지운 감독의 ‘인랑’을 선보일 계획이다.

워너의 한국영화 투자배급 사업을 총괄하는 최재원 위더스 대표는 “매년 3~4편의 한국영화를 투자배급할 계획”이라며 “‘밀정’이 성공한 뒤 미국 본사가 한국영화 투자배급 사업에 신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밀정’은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한국영화 후보로도 추천됐다.

할리우드 '큰손', 한국영화 투자 대공세…관객 점유율 40% 육박

20세기폭스코리아는 2013년 ‘런닝맨’부터 총 4편을 투자배급했고, 이 중 지난해 ‘곡성’(688만명)이 흥행에 대성공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간 한 편꼴에서 2~3편으로 한국영화 배급작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도 2월 처음으로 투자배급한 한국영화 ‘그래, 가족’을 선보였다.

직배사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국내 영화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대립군’을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제작 자본이 늘어나는 효과 때문에 제작사로서는 반가운 일”이라며 “직배사들은 일단 시나리오가 통과되면 제작 과정에서 크리에이티브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산을 집행하는 데에도 유연성이 크다. 총액 한도 내에서 분야별로 예산을 조정해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직배사들은 한국영화계에서 제작사가 수익의 40%를 가져가는 관행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할리우드 배급망을 활용해 더 많은 해외시장에 한국영화를 배급할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다. 최재원 대표는 “‘밀정’을 워너 브랜드로 배급하니까 해외에서는 더 우호적으로 한국영화를 받아들였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해외에서 한국영화의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직배사들이 한국 투자를 늘리는 배경에는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한국영화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26.6%에 그친 미국 직배사의 관객 점유율은 2014년 33.5%로 늘었고, 지난해엔 39.1%에 달했다. 지난해 워너의 ‘밀정’과 20세기폭스코리아의 ‘곡성’이 관객몰이를 한 게 주효했다. 20세기폭스코리아의 경우 외화를 포함해 지난해 전체 관객 수가 2070만명이었는데 ‘곡성’ 관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33%였다.

그러나 직배사들이 김지운, 이정범, 나홍진, 박훈정 등 국내 최고 수준 감독들의 작품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재능을 빼앗긴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인재를 붙들기 위해 국내외 배급사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직배사는 해외 배급에 강점이 있어 재능있는 감독들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유재혁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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