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하거나 불안할 때 사람들은 입술을 만지는 경향이 있다. 괜한 습관 같지만 이유가 있다. 입술을 만지면 음식을 먹거나 아기가 젖을 빠는 것과 비슷하게 진정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입술에는 부교감신경섬유가 분포하고 있어서 입술을 만지면 이완감과 만족감을 주는 부교감신경계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심호흡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숨을 들이쉬고 몇 초간 숨을 멈춘 다음 다시 천천히 숨을 내쉬면 몸이 이완되면서 답답함이 누그러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팽창된 허파가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 숨을 내쉴 때 부교감신경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신경심리학자이자 명상지도자인 릭 핸슨과 신경학자인 리처드 멘디우스는 《붓다 브레인》에서 이렇게 마음을 조절하는 훈련을 통해 뇌를 변화시킬 수 있고,뇌의 변화를 통해 삶의 궁극적 목적인 행복에 이를 수 있다며 최신 뇌과학의 연구 성과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많은 뇌과학자들은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뇌는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마음도 뇌의 활동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뇌신경과학자들의 다양한 실험에 의해 무너졌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이나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이 개발되면서 뇌의 스캔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마음의 변화에 따라 뇌의 구조가 바뀐다는 사실이 속속 보고된 것이다.

명상을 할 때 PET를 이용해 관찰하면 전두엽에서 당대사가 증가하고 산소대사가 휴식할 때보다 증가한다는 사실,명상할 때 fMRI로 관찰하면 전전두엽의 활성이 증가하고 뇌 전체에 걸쳐 감마파가 나타나는 감마파 동조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 등이 잇달아 보고됐다.

뇌가 마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 따라 뇌가 달라진다는 사실,즉 뇌의 가소성이 입증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들은 이 같은 연구 성과를 토대로 "뇌를 바꾸면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뇌의 질적 변화를 통해 행복,사랑,지혜가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이 제안하는 방법은 명상이다. 그중에서도 불교의 수행법인 계(戒) · 정(定) · 혜(慧)의 삼학(三學)을 실천함으로써 뇌를 바꿔 마음과 몸의 진정한 행복과 건강을 누릴 수 있다고 안내한다. '계'는 행동과 말,생각을 통제해 자신과 남에게 해악을 끼치지 않고 덕을 쌓는 것으로 공감 · 친절 · 사랑의 뇌를 이루는 근거가 된다. '정'은 한결같이 마음을 집중해 번뇌에서 벗어나는 법으로 어떻게 주의를 집중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혜'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로 무엇이 우리에게 상처와 도움을 주는지 깨달은 후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뜻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에게 수행자가 되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뇌의 어떤 상태가 행복 · 사랑 · 지혜라는 마음 상태의 기초가 되는지,긍정적인 뇌의 상태를 활성화하고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들이 제안하는 '번뇌의 불길 끄기' 방법은 금세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열을 내고,안절부절 못하고,스트레스를 받고,짜증을 내고 긴장하며 우울해지는 상태는 번뇌와 괴로움의 불길에 싸인 상태다. 이 불을 끄려면 우리 몸의 소방서인 부교감신경계를 동원해야 한다. 자율신경계의 한 축인 부교감신경계를 자극하면 진정,완화,치유의 신호가 몸과 뇌,마음으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막으려면 평소 몸을 이완 상태에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허파 아래 쪽에 있는 근육인 횡격막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횡격막 호흡은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 잔잔한 호수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생각해내는 심상화로 뇌의 우반구를 활성화하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내면의 수다를 멈출 수 있다. 손발과 등,다리,발목,팔목 등 신체 각 부위를 3~10분가량 이완시키는 것이나 심호흡,입술 만지기 등도 부교감신경계를 자극한다.

저자들은 '나의 실체는 없다'는 불교의 '무아(無我)'도 뇌과학으로 설명한다. 인간이 갖고 있는 '자아'의 개념은 무수한 신경네트워크에 기반한 것인데 사실 이들 네트워크에 표현된 자아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뇌에서 나타나는 자아 징후들은 모두 일시적이라는 것이 최근의 연구 성과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지된 화면의 연속이 영화를 만들어내듯이 중첩된 신경의 조립품들이 영속적인 자아라는 환상을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이 환상에서 벗어나 자아라는 것이 영속적인 것이 아님을 알면 과거에 대한 후회,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행복과 지혜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