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애 한성대 교수, 1882년본 성서 공개

국내에 남아있는 한글 성서본 가운데 간행시기가 가장 빠른 책이 발견됐다.

한성대 인문과학연구원장인 강순애 교수는 "간행년도가 청나라 연호인 광서 8년(1882년)으로 적힌 '예수셩교 요안내복음젼셔(예수성교 요한복음전서)'를 최근 인사동 고서점에서 입수했다"면서 "국내에는 1883년본만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발견한 책은 간행 시기가 더 빠르다"고 26일 밝혔다.

'예수셩교 요안내복음젼셔'는 영국인 존 로스(1842~1915) 목사가 이응찬, 이성하 등과 함께 중국 심양에서 1882년과 1883년에 발간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최초의 한글성서본으로 국내에는 숭실대에 1883년본만 남아 있다.

1882년본은 영국 대영성서공회 도서관과 미국성서공회가 소장하고 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심양의 문광서원에서 1882년 5월에 3천부를 인쇄하고 1883년 10월에 300부를 간행했다.

강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책은 표기법으로 볼 때 1882년의 초간본과 1883년본 사이에 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초간본에는 '하느님'이라고 표기하다 1883년본에는 '하나님'으로 바뀌었는데, 이번 발굴본은 '하나님'이라고 나와있으며 모음 '아래아(ㆍ)' 사용이 많다"며 "이로 미뤄 이번 발굴본은 1882년본과 1883년본 사이 과도기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본문 뒷면은 백지가 아니라 관청의 서식을 모은 '간독요취(簡牘要聚)'가 필사돼 있다.

강 교수는 "외국 종교서적 유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관리의 눈을 피하려고 '간독요취'가 필사된 면으로 장정(裝幀)해 밀반입했다가 복음 선교를 위해 성경이 인쇄된 부분으로 재장정한 것"이라면서 "어느 지역에서건 초기 복음의 역사는 고되고 슬픈데 이 책을 국내에 들여오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폐지 속에 장정하지 않는 복음서 낱장을 끼워 밀반입하는 방식도 이용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본문은 모두 39쪽이며 40쪽은 단어를 해설했다.

책은 목판활자로 인쇄했으며 크기는 가로 14.3㎝, 세로 23.6㎝로 가로, 세로 각각 0.5㎝ 이하의 작은 글자가 사용됐다.

식자층이 아니라 일반대중을 염두에 두고 어려운 한자어보다 순 한글을 쓰고 문어체보다 구어체로 번역했다.

문장은 띄어쓰기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 하나님, 예수, 키리스토(그리스도), 쥬(주) 등의 단어 뒤에 글씨를 띄어 썼다.

강 교수는 "근대 기독교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이 자료는 국내에서 발굴된 최고(最古)의 한글성서로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로스 목사는 스코틀랜드성서공회와 영국성서공회의 지원을 받아 한국인 번역자 십여 명의 도움으로 1882년부터 1889년까지 9종의 성서를 발간했다.

강 교수는 한글성서 발굴본에 대해 연구한 성과를 27일 한성대 미래관에서 열리는 '한성대 인문과학연구원 제10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