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령길과 제2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는 오랫동안 시민들과 등을 돌리고 있었다. 1968년 김신조 사건 때 북한군 특수부대의 침투 경로로 사용된 우이령길과 이후 특정경비구역으로 지정된 제2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는 41년 동안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가 올해 개방됐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 않은 곳이니 만큼 이 두 길은 도시의 길답지 않게 자연경관이 잘 보존돼 있다. 또한 산길이지만 비교적 평탄한 편이라 산행이 부담스런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편안하게 걷고 오르내리다 위에서 조망하는 서울의 경관은 덤이다.

◆우이령길

우이령길은 서울과 경기도 양주시를 잇는 서울의 북쪽 관문.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120번이나 153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우이동 먹거리마을로 들어가 40분 정도 걸어야 입구에 도착한다. 천천히 걷다 보면 작은 안내소가 하나 나오고,여기에서 신분증과 예약확인증을 보여주면 탐방 시작이다. 반대로 경기 양주시 교현리에서 시작해 우이동 방향으로 걸어가도 된다.

우이동에서 시작해 우이령길에 들어서니,밟을 때마다 사박사박 소리를 내는 모래가 깔려 있었고 그 위로 숲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벌써 가을인데,때를 잘못 잡고 뒤늦게 짝을 찾는 매미들의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작지만 꾸준히 이어졌다. 아직은 숲이 푸르렀는데,동행한 박남진 자연환경안내원이 나무 한그루를 가리키며 "단풍이 들어가는 산벚나무를 보니 이제 가을 초입"이라고 말했다. 천천히 걷다보니 길을 당당하게 횡단하는 다람쥐도 눈에 띄였다.

우이령길은 약 4.5㎞ 거리로 걸어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산길이긴 하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지 않아 평탄하다. 비교적 가벼운 차림으로 자연을 즐기며 편안하게 걷기 좋다. 하루에 정해진 인원만 오갈 수 있어 오가기도 힘들 만큼 인파로 바글바글한 산행이 내키지 않는 사람이라면 꼭 가볼 것을 권한다.

걷다 보면 정체불명의 건축물이 나오는데 그건 대전차 장애물이다. 유사시 받침대 위 콘크리트 덩어리를 떨어뜨려 탱크 진입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니 한국전쟁 때 피난길로 이용됐다는 역사적 사실이 실감난다.

우이령길에서 사람들이 제법 오래 멈춰서는 곳이 있는데,바로 오봉이다. 산봉우리 5개가 나란히 있는데 그 중 4개에는 큰 바위가 하나씩 올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마을의 다섯 총각이 원님의 딸에게 장가들기 위해 바위를 각각 오봉 위에 던져 힘자랑을 했다는 전설이 얽혀 있다.

우이령길을 거닐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현재 우이령길은 탐방예약제가 실시되고 있으며,하루 780명(송추 390명,우이 390명)만 받는다. 예약은 국립공원 홈페이지(ecotour.knps.or.kr)에서 할 수 있고,이용일을 기준으로 보름 전 오전 10시부터 하루 전 오후 5시까지 예약해야 한다. 본인을 포함해 4명까지 한번에 예약할 수 있다. 예약확인증과 신분증 지참을 잊지 말자.개방 시간도 정해져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입장할 수 있으며 4시까지는 하산해야 한다.

◆제2북악스카이웨이

서울의 걷기 좋은 길 중 하나로 이름난 서울 성북구의 제1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 부근에 제2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가 놓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제2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가 닦인 곳은 오랫동안 군 순찰로로 이용되며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됐던 구역이다.

제2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는 세 개의 코스로 나뉜다. 제1코스는 팔각정에서 말바위쉼터까지,제2코스는 제1스카이웨이 산책로의 마지막 지점인 하늘마루부터 삼청각까지,제3코스는 제1스카이웨이 산책로의 중간 지점인 숲속마루와 하늘마루 사이다. 이 중 제1코스는 올해 여름부터 열린 상태다. 제2코스는 공사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24일 정식으로 개통되며 제3코스는 올해 12월 개통 예정이다.

제2북악스카이웨이 중 현재 자유롭게 통행이 가능한 제1코스에 접근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제1스카이웨이 산책로에서 시작하거나,제1코스의 끝인 말바위쉼터에서 거슬러 올라가거나,제1코스의 중간지점인 삼청각에서 출발하는 것.그 중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쉬운 제1스카이웨이 산책로에서 시작해 서울 경치를 감상하며 제1코스를 걷는 방법을 택했다.

제1북악스카이웨이 산책로에 들어서려면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마을버스 01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려야 한다. 종점 부근 성북근린공원의 하늘한마당이라는 광장 옆길이 산책로의 시작이다. 평탄한 길이라 쉬엄쉬엄 산책하듯 걷기 좋다. 포장된 길과 산길,흙길을 번갈아 밟으며 1시간 정도 걸으면 산책로의 종점인 하늘마루가 나온다. 무성한 소나무 가지 사이로 서울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 제1북악스카이웨이와 작별하자.

하늘마루 옆에 있는 평탄한 산책로를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팔각정이 나타난다. 팔각정 건너편 부대 옆의 길이 바로 제2북악스카이웨이의 1코스 시작점이다. 제1코스는 계속 가파른 내리막길이다가 중간 지점부터 말바위쉼터까지는 오르막길이다.

오랫동안 군 순찰로였던 탓에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일단 길 자체가 군 순찰로를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군인들이 걷던 길이어서 그런지 계단 하나하나의 높이가 제법 된다. 걷다보면 참호나 초소도 눈에 띈다.

내리막길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빼어나다. 가까이로는 길게 이어지는 서울성곽이,멀리로는 서울 도심이 보인다. 울창한 숲 드문드문 벌써 단풍이 든 나무들이 가을의 기운을 느끼게 했다. 가늘게 졸졸 흐르는 계곡물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은 덕인지 1급수라고 한다. 한적한 정취를 느끼기 좋은 길이었다. 제1코스를 끝까지 걷는 데는 30분 정도 소요된다.

말바위쉼터까지 올라가는 게 부담스런 사람은 삼청각 쪽으로 빠져나와 10분 정도 걸어 버스(1111,2112번)를 이용해 나가면 된다. 말바위쉼터까지 갔다면 와룡공원을 지나 20~30분 걸어 버스 02번을 타도록 하자.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