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9일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약 30분간 면담하고 북한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먼저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시 교황 성하의 이름으로 장례미사가 거행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교황은 "김 추기경은 30여년 전에 독일에서 같이 공부한 친구이자 훌륭한 천주교 지도자로 기억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어 "현재 북한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식량난에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을 위해 가톨릭 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기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주민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있어 국제사회가 제재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한 뒤 "가톨릭 교회가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많은 기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베네딕토 16세는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과 남북 통일을 항상 마음에 두고 기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이후 각 나라 간에 혹은 각 나라 안에서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선진국이 역할을 해야 할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교황은 "경제위기 극복은 윤리적 가치가 동반돼야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분단국 출신이신 베네딕토 16세가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요청했고 이에 교황은 "감사하다"고만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수환 추기경 시신이 안치된 관 옆에서 정진석 추기경과 기도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 액자와 수도자가 묵상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교황은 1600년대의 베드로 성당과 기둥을 담은 스케치화를 이 대통령에게 증정했다. 한국 대통령이 교황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2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2007년 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 기간에 교황청을 방문해 교황을 만났다.

로마=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