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 니로의 게임 라위 하지 지음/ 공진호 옮김/ 마음산책/ 336쪽/ 1만1000원영화 '디어 헌터'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주인공 마이클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베트콩들에게 사로잡혀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해야 하는 극한상황에 몰린다.

소설에서 10대 소년 바쌈과 조지의 처지도 영화와 별반 다를 바 없다. '1만개의 폭탄이 떨어졌고 나는 조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담담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1980년대 레바논 내전을 겪어내야 했던 두 소년이 반목하고 대립하게 된 상황을 보여주며 전쟁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지 드러낸다.

절친한 친구사이였던 바쌈과 조지는 전쟁을 겪으며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바쌈은 다른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고,조지는 폭력에 길들여지며 온갖 악행의 하수인이 된다. 바쌈은 결국 레바논을 떠나기로 작심하지만 그의 앞을 조지가 가로막는다. '드 니로'라는 별명이 붙어있던 조지는 바쌈에게 '디어 헌터' 내용을 이야기하며 러시안 룰렛 게임을 제안한다. '고문실이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깨달은 조지에게 러시안 룰렛 게임이란 희망 없는 세상에서 택할 수 있는 유희였을까.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