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실력은 한 수준 껑충 뛰었습니다. 성적을 준다면 A를 주고 싶어요.

앞으로 또 한 단계 올라가 어떤 일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기초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겠습니다"

지난 연말 서울시향과 3년 간 재계약을 한 정명훈 예술감독이 14일 낮 신년 기자 간담회를 갖고 포부를 밝혔다.

2006년부터 예술감독으로 활동해온 그는 "기쁜 마음으로 집에 다시 돌아와 일하는 기분이었다"며 "한국에 없더라도 마음은 항상 서울시향에 있어 큰 책임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정 감독은 그간의 성과에 대해 "음악의 기초를 탄탄하게 닦는 것이 제 목표인데, 첫 시작이 매우 만족할 정도로 좋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매년 오디션을 실시해 왔고 앞으로 그 과정이 점점 더 힘들어지겠지만 넉넉잡고 3년 정도가 지나면 기초적인 틀을 모두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향은 지난해 수익성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당초 목표보다 11% 많은 30억6천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

정 감독은 "새해 프로그램의 특징은 이전보다 더욱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점"이라며 "음악가라면 음악을 통해 서울시민과 한국인, 나라에 도움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분기에 1회 씩 자선 음악회인 '희망 콘서트'를 열어 공연 수익금 전액을 서울시의 저소득층 대상 추진사업인 '희망플러스 통장'에 기부한다.

정 감독은 희망 콘서트 취지에 대해 "연말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하면서 이 곡의 메시지를 느꼈던 것 같다"며 "힘들 때는 한마음으로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정치권을 겨냥한 듯, "싸우는 사람들 앞에서 베토벤 교향곡을 연주하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서울시향은 올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분기에 1회 '정명훈과 함께 하는 음악 이야기'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달 18일에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북한어린이 돕기 콘서트'도 연다.

정 감독은 "한국인이라면 특히 북한 어린이를 도와야 한다"며 "다들 힘들지만 우리는 한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3년 전 평양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지만 북한의 핵실험으로 무산된 적이 있는 정 감독은 북한에서 공연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자신의 꿈이었다고 소개했다.

정 감독은 꿈을 이루기 전까지 "뒤에서 할 수 있는만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뤄진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건 잘 모른다면서 "물론 형제들끼리 먼저 해결하고 미국이나 다른 나라가 가면 좋았겠지만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고 바라봤다.

올해 서울시향이 초점을 둔 음악 레퍼토리는 브루크너 후기 교향곡 7-9번이다.

정 감독은 "자신의 믿음을 음악적 메시지로 만들어낸 사람으로는 바흐와 브루크너를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청중에게는 쉽지 않을 레퍼토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작품에 빠져들 것"이라고 소개했다.

서울시향은 8월께 유럽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참가한 뒤 내년에는 유럽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정 감독은 서울시향의 전용 홀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전용 홀에 앞서 리허설 홀이 건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국에서는 오케스트라 공연 일정을 길게는 4년 전부터 잡는데 예술의전당의 경우 6개월 전에야 확정된다"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올해 안에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제가 만약 서울시향을 맡지 않았고, 주변에서 불우한 아이들과 오케스트라를 만들자고 했다면 그리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시작할 때 10년 후 세계적 오케스트라로 발돋움 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7년 뒤에 평가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향은 정 감독과의 재계약과 함께 상임 작곡가인 진은숙, 공연기획 자문역인 마이클 파인도 재선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