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소득이 올라가기 때문에 중간 정도의 재능을 지닌 사람들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중간 수준의 유화가 이렇게 싸게 팔렸던 적이 없고,일류 화가의 그림이 이렇게 고가에 팔린 적이 없었다."

100년 전에 경제학자 마셜이 한 말이다.시장의 승자는 기존의 명성 때문에 점점 더 큰 부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패자들은 갈수록 기회를 잃게 된다.스포츠계에서도 1등만 기억된다.0.01초 차이로 패한 은메달리스트는 소리 없이 잊혀진다.이는 학벌전쟁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도도한 물결'을 이루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은 '승자독식사회'(권영경 외 옮김,웅진지식하우스)에서 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무한경쟁의 본질을 깊숙하게 파헤친다.

승자독식시장에서 승자들이 거머쥐는 부와 권력은 상상을 초월한다.할리우드의 특급 스타들은 심심할 때 클럽에서 하룻밤 놀아주는(?) 대가로 몇십만달러씩 챙긴다.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일반 노동자들의 150배 이상을 임금으로 받는다.

왜 그럴까.일반적인 노동시장이 '절대적 능력차'에 의해 결정된다면 승자독식시장은 '상대적 능력차'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승자독식시장에서는 재화의 소비가 늘수록 가격이 낮아진다는 일반 경제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그 대신 어떤 것에 길들여지면 계속 찾게 되는 '습관'과 '취향''과시욕'이 함께 작용한다.

저자들은 "이 같은 경쟁은 가장 뛰어난 실력자들을 매료시키지만 동시에 두가지 형태의 낭비를 조장한다"고 지적한다.과잉경쟁 뿐만 아니라 경쟁과정에서 비생산적인 소비와 투자를 초래한다는 것.상대적 우위에 서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엄청난 비용과 고통을 감내하지만 결과는 1% 승자를 위한 99%의 희생이 될 뿐이라는 것도 큰 문제다.

그래서 저자들은 여러가지 해법을 모색한다.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연봉 상한제 등 '군축협정',학생 간 위화감을 줄이기 위한 교복착용,소송남발 규제와 문화분야에 대한 정부지원…. 그러나 이 역시 현실적인 해결방안으로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오히려 '트랙을 달리는 경주마로 남지 말고,경마장을 움직이는 시스템을 읽자'는 카피가 더 실감난다.

332쪽,1만3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