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추억을 극사실주의적 시각 언어로 표출하는 화가 윤병락씨(39)의 개인전이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가을향기'.상자에 담긴 사과나 북숭아 등을 사진처럼 정교하게 그려 미감을 한껏 살린 근작 30여점이 걸려있다.

윤씨는 고향 영천에서 자란 기억과 농사의 소중함에서 예술의 원천을 뽑아낸다.

캔버스 대신 한지를 입힌 나무판자에 사과 복숭아 귤 수박 등 탐스러운 과일을 소재로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밝은 색감이 살아 움직이고,그 속에서 '사실적인 질감'이 솟아난다.

이른바 '착각의 미학'이다.

특히 사과상자의 나뭇결이나 못자국,그림자까지 극명하게 재현한 화면이 책 신문 수건 잡지 등과 어우러지면서 주변 환경과 시간의 흐름까지 담아낸다.

복제의 극한지점에서 사물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아이디어는 전보다 더욱 발전됐다.

과일을 묘사했던 이전의 작품세계와 달리 이번에는 돼지 등 동물도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재현해냈다.

윤씨는 "농작물을 생산하는 부모님의 소중한 땀방울을 나만의 이미지로 옮겨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 가격은 호당 25만원,60호 크기가 1300만원이다.

이번 전시작은 지난 1일 개막 첫날 매진됐다.

15일까지.(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