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궁'의 황태자 이신 역으로 주가 급등

지난달 30일 종영된 MBC 수목드라마 '궁'의 최대 '수혜주'는 주지훈이다.

모델 출신으로 연기는 처음이나 다름없던 그는 이 드라마 한 편으로 일약 인기스타로 떠올랐다.

'궁'의 남자 주인공인 황태자 이신 역이 그에게 맡겨졌을 때 일부 네티즌들이 "피부가 너무 까맣다"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반대했던 것을 떠올리면 그에 대한 반응이 얼마나 달라졌는지가 피부로 느껴진다.

'궁'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원작과 캐릭터가 좋았고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으로 내가 한 것에 비하면 분에 넘치는 사랑"이라며 "정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좋아하는 일을 계속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궁'은 단번에 주지훈을 스타덤에 올려 놓은 작품이지만 그가 신 역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면 '궁'에 대한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고 있었고, 무사히 드라마를 마친 지금 역할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간직하고 있다.

"'궁'을 통해 신을 얻었죠. 신이 마치 하나의 인격체처럼 느껴지고 새 친구를 만난 기분입니다.

신은 제 삶의 하나였고 제 인생에 새로운 문을 열어준 친구예요.

신을 만난 제가 행운아인 것 같아요."

'궁'을 연출한 황인뢰 PD는 주지훈에 대해 "처음에 '장작개비'처럼 서툴렀지만 굉장히 성실한 태도와 노력으로 부족함을 극복해 냈다"며 칭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주지훈은 "후반부로 가면서 미리 계산하지 않은 연기가 저절로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어느 순간 내가 지훈인지 신인지 구분도 안 가기도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고 극중 인물과 하나가 됐을 때 느낀 희열을 전했다.

그가 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채경과의 오해가 풀렸던 23회 방송분. 채경이 유학을 떠나기로 결정된 뒤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풀리는 대목이다.

"대본을 보니 가슴이 뻐근해지고 귀가 먹먹해지더라고요.

신과 채경이 안고 우는 장면이 가슴에 많이 남네요.

대본에는 눈을 감아버리는 것으로 돼 있었는데 연기하니 눈물이 저절로 줄줄 흘렀어요."

연기가 처음이었던 만큼 '궁' 한 작품만으로 그가 연기를 알게 됐다고 할 리는 만무하다.

이제 연기자로 겨우 첫발을 내디딘 그는 연기에 대한 애정과 함께 각오를 내비친다.

"무엇이든 마찬가지지만 연기 역시 아무것도 모를 때가 제일 편하다는데 조금씩 알아가면서 욕심이 생기니까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절대로 제가 잘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저 때문에 잘됐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는 요즘 신과 헤어지느라 가슴이 아프다.

몇 달 동안 신 속에 빠져 있었던 만큼 나오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작품을 마친 지금은 허탈하기도 하지만 아직 '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궁'과 이별하기가 쉽지 않음을 표현했다.

"육체적인 부분보다는 정신적으로 내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하는데 아직 제가 모자라서 신의 마음 속으로 찢고 들어갔고 나올 때도 찢고 나오는 중이거든요.

그래서 다음 작품이 무섭기도 해요."

작품 속 '친구'와의 첫 만남을 성공적으로 마친 주지훈이 또 어떤 만남을 통해 시청자에게 새 친구를 소개해 줄지 기대를 모은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