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이 신작 장편소설 '길 없는 사람들'(문이당,전3권)을 펴냈다. 이 소설은 분단된 조국에서 태어난 두 남녀가 북한을 탈출해 머나먼 이국땅을 떠돌며 겪게 되는 고난의 역정을 그렸다. 김정현이 지난 99년 미완성으로 발표했던 '전야'의 내용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 작품은 탈북자들이 겪는 비극적 상황을 통해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장혁,지수)들은 사랑을 좇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이념이나 사상은 사치일 뿐이다. 이들은 어떠한 이데올로기나 국익보다 자유와 생존,그리고 사랑이 가장 존귀한 가치임을 독자들의 가슴에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길 없는 사람들'은 한 편의 로드 무비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의 험난한 여정은 남북한에 그치지 않고 중국 홍콩 미얀마 태국뿐만 아니라 러시아까지 이어진다. 1만km에 이르는 이들의 긴 여로는 한민족의 한많은 유랑사를 상징한다. 작가는 전직 경찰관답게 잠행과 탈출 도주 추격 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을 박진감 있게 이끌어 간다. 6년여에 걸친 방대한 자료 수집과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도 소설의 사실성을 높여준다. 이 작품은 지난 95년 김정일의 권력세습에 불만을 품고 일어났던 북한 군부(6군단) 최초의 쿠데타 기도사건을 모티프로 김정일 체제의 전복 가능성도 그려내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김정현은 가정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이 시대 아버지들의 비극을 그린 소설 '아버지'를 발표,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들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