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의사이자 시인인 마종기씨(64)가 첫 산문집 '별,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문이당)을 펴냈다. 책은 시인의 소박하면서도 감동적인 삶의 철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하고 깊이있는 시선을 오롯이 담고 있다. 삶과 죽음의 현장을 눈으로 보게 되는 의사로서의 경험과 모국을 떠나 낯선 이국에서 이방인이 겪게 되는 자의식의 변화과정도 함께 엿볼 수 있다. '부끄러움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이고 깊은 부끄러움을 나는 죽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본다. 어쩌면 이들이 혹시 생전에 베풀기에 인색했던 것인가,아니면 화해를 청하지 않아서였나. 부끄러움의 냄새에서는 비린내가 나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은 내 몸에서 나는 내 부끄러움의 냄새일까.'('부끄러움의 냄새' 중)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스와니 강의 꿈'에는 시인의 개인사와 단상들이 실려 있다. 시인은 인생의 후반부를 맞으면서 갖게 되는 부부와 친구에 대한 감상을 진지하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2부 '아들에게 주는 편지'는 1966년 시인이 미국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일어난 다양한 이야기들과 이민자로서의 소회와 감상을 그리고 있다. 3부 '한 자유인의 작은 세상'에서는 의사로서의 삶이 시인에게 열어준 다양한 경험세계가 펼쳐진다. 의사라는 직업의 허와 실에 대한 예리하고도 솔직한 고백과 함께 문학의 정체성을 키워준 수련의사 시절에 대한 회고담을 정리했다. 시인은 "여기 실린 글들은 시인이 쓴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에 사는 한 교포의 어느 날의 한숨이고,평범한 의사의 어느 날의 시선이고,옆집 친구의 한담이고,가끔은 주위를 살피며 못을 박으려는 시정인의 매끄럽지 못한 주장이다"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