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시인 월하(月河) 이태극(李泰極)씨가 24일오후 2시 50분 경기도 분당 보바스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이씨는 1999년 뇌경색으로 한달간 입원했다가 그동안 집에서 요양해왔으나 병세가 악화돼 지난해말 재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별세했다. 강원도 화천 태생인 이씨는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 전문부를 수학하고 서울대 문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5년간 교수로 재직했던 이화여대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고전시가를 연구하던 중 창작의욕이 생겨 1955년 한국일보에 '산딸기'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1960년 「시조문학」을 창간해 시조운동을 펼쳤으며,1965년 창립된 한국시조작가협회의 산파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시조시인협회장,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부회장,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생전에 「꽃과 여인」「노고지리」「소리 소리 소리」「자하산사 이후」 등 네 권의 시조집을 남겼으며 3년 전 시선집 「진달래 연가」가 출간되기도 했다. 그는 인간의 삶을 자연을 통해 반추하는 관조적 예술세계를 보여줬다. 선상에서 낙조의 장엄함을 보고 지었다는 '낙조'를 비롯해 '삼월은' '산딸기' 등은 고교 국어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대표작 '산딸기'의 시비가 화천댐 근처에 세워져 있다. 그는 시조집 외에 수필집 「저 창가의 하얀 그림자」, 문학이론서 「시조개론」「고전문학연구논고」 등 다수의 저술을 남겼다. 밀적 공로를 인정받아 노산문학상, 동곡학술상, 외솔상 문화부문, 중앙시조대상, 육당시조학술상, 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유족은 장녀 춘계(동국대 명예교수), 차녀 정자(주부), 3녀 인자(성암여중 교사), 아들 숭원(문학평론가.서울여대 교수)씨 등 3녀1남. 빈소는 서울 삼성의료원 17호실. 발인 26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하천리 선영. ☎ 3410-6917.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