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면 한.일 관련서들이 화제를 모은다. 특히 올해는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 양국의 현안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관점으로 한일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 두권이 눈길을 끈다. "김치와 우메보시"(윤기 지음,예지,8천5백원)는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83년 어느날 사망한지 13일만에 발견된 한 재일교포 노인에 관한 짧은 기사가 재일 한국어 신문에 실렸다. 아무도 돌보는 사람 없이 혼자 쓸쓸하게 죽은 노인의 운명을 접한 윤기(59.일본명 다우치 모토이)씨는 고인이 된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리고 6년만에 그는 의지할 곳 없는 재일동포들을 위해 양로원인 "고향의 집"을 오사카에 세웠다. 올 봄에는 고베에도 건립했다. 윤씨의 어머니는 일본인으로서 일제시대에 "거지 대장"으로 불린 윤치호씨와 결혼해 전남 목포의 공생원에서 3천여명의 고아를 길러낸 다우치 치즈코(한국명 윤학자) 여사.그녀의 삶은 최초의 한일합작 영화 "사랑의 묵시록"(감독 김수용)으로 제작돼 일본에서 40만 관객을 끌어들였으나 국내에서는 시사회만 가졌을 뿐 아직 상영하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에 이어 20여년간 공생원 원장을 역임한 윤씨는 이 책에서 "사랑의 집"을 짓게 된 동기와 재일 한국 노인들의 삶을 그려냈다. 일본 곳곳에 한국인을 위한 양로원을 만들겠다는 그는 머잖아 도쿄에서도 "사랑의 집"이 문을 열게 될 것이라며 꿈에 부풀어 있다. 50년간 한국 고아의 대모로 살다 간 어머니가 죽기 직전 "우메보시(매실 장아찌)가 먹고 싶구나."라고 한 말을 잊지 못한다는 윤씨.그는 징용으로 끌려와 평생 노동판을 전전하다 홀로 숨진 재일교포 노인도 마지막으로 "김치가 먹고 싶구나."라는 말을 남기지 않았을까 가슴 아파한다. 또 하나의 책 "철저비판-일본 우익의 역사관과 이데올로기"(교과서에 진실과 자유를 연락회 엮음,김석근 옮김,바다출판사,1만원)는 일본 우익의 그릇된 역사관과 사실 왜곡,교과서 검정.채택을 둘러싼 정치적 의도를 일본 지식인들이 비판한 것이다. 와세다대 교수 등 일본의 정통 역사학자 22명이 필진으로 참가했다. 이들은 황국사관의 복권과 침략전쟁에 대한 미화,한일합병 정당화,종군위안부와 난징대학살 부정 등을 신랄하게 해부하고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이 책은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우익세력의 총체적 공세 속에서 그 이데올로기의 첨병역을 맡고 있는 것이 바로 왜곡 역사교과서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