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털거리는 삼륜차, 미제물건을 파는 노점상, 군복에 열쇠를 주렁주렁
매달고 파는 열쇠장수, 세일러교복을 입은 여학생, 롱코트에 중절모를 쓴
신사, 양장과 차양모자로 한껏 멋부린 아가씨...

수원 KBS야외세트장엔 중장년층의 추억 한켠에 남아있을 60년대초
명동거리가 재현됐다.

4일부터 "아씨"후속으로 방영될 KBS2TV 새주말극 "야망의 전설" 촬영현장.

자유당의 리승만, 리기붕, 민주당의 조병옥 장면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벽보는 3.15부정선거, 4.19혁명, 5.16쿠데타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굴곡을 떠오르게 했다.

KBS가 올해 10대기획의 하나로 마련한 "야망의 전설"은 60, 70년대를
배경으로 역사의 격량에 휘말린 한가족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작품.

"종합병원" "간이역" 등을 쓴 최완규씨가 극본을, "먼동" "찬란한 여명" 등
대하극을 주로 담당했던 이녹영PD가 연출을 맡았다.

총36부작으로 기획된 이 드라마는 일련의 역사적 사건과 함께 중앙정보부의
공작정치, 암달러상에서 사채와 증권시장으로 이어지는 지하경제의 흐름
등을 극화해 흥미를 끈다.

"용의 눈물"에서 태종 이방원역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탤런트 유동근이
5.16쿠데타에 참여, 중앙정보부 창설을 주도하고 공작정치의 배후가 되는
주인공 이정우역을 맡았다.

건달생활을 하다가 대북 특수공작원이 되는 정우의 동생 정태역엔 최수종이
캐스팅됐다.

정태는 나중에 사회에 복귀, 어머니 신옥주(김영애분)와 함께 사채시장의
"큰손"이 된다.

또 채시라가 정우의 애인 김인애역을 맡아 9년만에 KBS드라마에 등장한다.

영화 "꽃잎"의 이정현이 정우 여동생 정희역으로, 드라마 "임꺽정"의
정홍채가 정희를 사랑하는 명동건달 강태수로 나온다, 이밖에 염정아,
서인석, 이영하, 한진희 등이 출연한다.

기획을 맡은 장기오 주간은 "역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다큐멘터리식 접근의
정치드라마가 아니라 극요소를 강조한 시대물"이라며 "극중 인물을 통해
실제 인물을 유추해 볼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성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