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화요일 오후 7시35분)에서는
도대체 튀는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소재, 다양한 카메라 기법과 특수효과, 감각적이고
깔끔한 편집, 멋들어진 청춘스타 등 요즘 드라마를 구성하는 인기요소는
화면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농촌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거나 풍자하는 살아있는 드라마도
아니다.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는 시청자들이 부담없이 편하게 흙냄새를 맡을 수
있는 평범한 드라마다.

바로 그 "흙냄새"와 "평범함"이 매회 30%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는
비결이다.

이 드라마는 연속극이 아니라 매회 다른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상황극.

도시와 인접한 농촌생활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통해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들간의 끈끈한 관계를 보여준다.

김상순 김인문 전원주 노승현 연규진 등 베테랑 탤런트들의 자연스럽고
질박한 연기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다.

이번주 방영분의 부제는 "황혼의 덫".

모내기 준비에 한창 바쁜 농촌의 아침풍경을 탁 트이게 보여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집안의 농사일을 도맡아하는 하성댁 (전원주)은 딸 명자 (노현희)와
함께 모내기 준비를 하며 게으른 남편 박달재 (김인문)를 기다린다.

모처럼 논일을 거들겠다고 장화까지 신고 나온 박달재.

하지만 길에서 만난 읍내 카페 여주인이 부근 낚시터의 위치를 묻자
길안내를 하겠다며 낚시터로 향한다.

이 장면을 지켜본 마을사람에 의해 얘기는 삽시간에 온동네로 퍼진다.

소문을 들은 하성댁은 낚시터에서 두 사람의 다정스러운 모습을 보고는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두 사람의 관계를 오해한 하성댁은 박달재를 집에서 내쫓는다.

그 이후부터는 전형적인 농촌공동체의 모습이 펼쳐진다.

온 동네사람들이 나서서 하성댁을 달래고 박달재를 회유한다.

다음날 아침 논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한번 크게 웃고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진부한 스토리에 엉성한 결말, 50분안에 등장인물의 모습을 골고루
한번씩은 비춰야 하는 데서 보이는 군더더기 등 완성도면에서는 평범한
수준.

하지만 김인문과 전원주의 된장국 냄새나는 연기가 구수하고 보고난 후
훈훈한 기분이 들게 하는 "대추나무..." 다운 내용이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