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쳐 현지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과 독일
출신의 젊은 작가들이 잇달아 내한전을 가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모방을 거부한채 자기만의 독특한 주제와 표현방식을 확립, 새로운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이들은 특히 뭔가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미술애호가들의 욕구와 맞물려 좋은 평가를 얻고있는 작가들.

이들의 작업은 현대한국미술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국내 젊은 작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월2~3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스페이스서울 (737-8305)에서
내한전을 가질 미국의 팀 로올리 (Tim Lowly)는 노스 캐롤라이나 출신의
젊은 작가.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어린시절의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보낸 그는
한국민중미술과 미국의 정치미술같은 현대적인 리얼리즘과 소외의 문제를
자신이 고안한 "에그템페라"라는 독특한 기법으로 캔버스위에 표현해낸다.

에그템페라는 염료가루에 계란기름을 섞은 매체.

한번 마르면 수정이 불가능한 속성이 있어 한번 획을 그으면 가필을
할수 없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수묵기법과 매우 유사하다.

한국에서의 성장은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쳐 캔버스대신 한국에서
가져간 뚝배기의 뒷면이나 방패연위에 직접 그림을 그린다.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소외된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무제" 연작들.

중증장애자로 태어난 자신의 딸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은 장애아
보호시설인 레이크뷰 러닝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버려진 아이들의 사진에서
소재를 구한 것들이다.

5월2~3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금산갤러리 (735-6317)에서 전시회를
갖는 로즈마리 트로켈 (Rosemarie Trockel)은 독일 출신의 여성작가.

초창기 안젤름 키퍼나 리히터등 독일 현대미술2세대의 영향권 아래에
있던 그는 80년대중반이후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창출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다.

그는 매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진열장형태의 조각과 편물이
대표적인 작업.

특히 편물은 손으로 짜지 않고 컴퓨터로 디자인해 기계로 짠 것으로
캔버스에 틀을 입혀 그림처럼 전시하기도 하고 옷이나 양말 모자로 만들어
직접 사람에게 입히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몫이었던 편물을 미술속에 끌어들인 의도는 남성위주의
제도에서 격하돼온 분야를 주목한다는 의미.

90년대 들어 그는 더욱 다양한 매체를 사용, 접시 거울 프라이팬 등의
오브제를 진열장없이 전시하기도 하고 머리카락으로 만든 붓이 달린
기계도 등장시킨다.

출품작은 울소재의 평면및 편물무늬를 플랙시 글래스위에 실크스크린한
"OT" 연작, 청동동물작품 "습관의 창조물" 등 15점.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