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음악 신동이라고 해서, 모두가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탄탄한 기본기와 함께 독보적인 음악성, 작품을 해석하는 탁월한 시선을 갖춘 ‘특별한 연주자’만이 경쟁이 치열한 클래식 음악계에서 살아남는다. 특히 일찍부터 ‘비르투오소(virtuoso)’로 주목받은 천재 연주자라면 성장의 시간은 더욱 혹독하다. ‘기계 같은 연주’ ‘모범생 같은 연주’ 등의 선입견에 갇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리기 일쑤여서다. ‘21세기 최고의 바이올린 여제(女帝)’로 불리는 힐러리 한(45)의 음악 세계가 그 누구보다 단단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그는 10대 때부터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명문 악단의 솔리스트로 발탁되면서 출중한 연주력을 증명해냈다. 성인이 되고선 3차례의 그래미상,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상, 에이버리 피셔 상 등을 잇따라 품에 안으면서 작품에 대한 깊은 탐구력, 빼어난 표현력, 탁월한 창의력까지 갖춘 진정한 음악가로 인정받았다.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힐러리 한의 리사이틀은 이런 명성이 허명이 아니란 걸 증명하는 10
절반이 찢어져도 값어치가 오르는 그림이 있다. ‘예술 테러리스트’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작가 뱅크시의 ‘사랑은 쓰레기통에(Love is in the Bin)’라는 이름의 회화다. 작품의 원래 이름은 ‘풍선을 든 소녀’(Girl with Balloon). 201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서 104만유로(약 17억원)에 낙찰되며 경매사가 망치를 두드리는 순간, 액자 내부에 설치된 파쇄기가 저절로 작동해 작품 하단을 잘게 잘라내며 달콤한 이름이 도발적으로 바뀌었다.이 ‘반달리즘(Vandalism)’ 소동의 장본인은 바로 뱅크시 자신이었다. 재미난 건 작품이 갈려 나갔는데도 낙찰자가 그대로 구매하고, 3년 뒤 같은 경매에 재등장한 자리에선 무려 1870만 파운드(약 320억원)로 가격이 치솟았다는 것. 예술에 값을 매기는 행위를 비판하는 철학이 깃든 퍼포먼스였는지, 그저 괴짜의 치기 어린 반항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일련의 이야기를 분명 현대미술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수많은 뱅크시 애호가가 생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이 작품의 찢어지지 않은 다른 버전의 작품이 서울을 찾았다. 서울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그라운드서울(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 ‘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 전시에서다. 그간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관련 전시 중 최대 규모로, ‘풍선을 든 소녀’를 비롯해 ‘꽃 던지는 소년’ ‘몽키 퀸’ 등 29점과 관련 아카이브, 영상 등을 선보인다. 뱅크시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은 ‘얼굴 없는 화가’다. 1974년 영국 항구도시 브리스톨에서 나고 자라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990년대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는 것 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에 이은 ‘넘버2 미술장터’ 아트부산 2024가 막을 내렸다. 아트부산은 벡스코에서 8일 VIP 프리뷰(사전관람)을 시작으로 오는 12일까지 컬렉터들과 관람객들을 만났다. 올해는 20개 국가에서 192개 갤러리가 부스를 차렸다. VIP 오픈일인 8일 2시 벡스코 1전시장 앞엔 사람들이 모였다. 오픈 직후 국제갤러리와 조현화랑, 가나아트 등 대형 갤러리들엔 손님이 몰렸다. 갤러리들은 “관람객 수도, 판매 실적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라며 ”아직 컬렉터들이 연초에 국내 미술시장 흐름을 확인하려면 아트부산을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 갤러리들은 VIP 오픈일과 사전 판매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넘겼다. 국제갤러리는 하종현의 작품을 26만8000달러(약 3억6800만원)에 팔았다. 이외에도 이희준의 작품 세 점,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두 점, 우고 론디로네와 안규철의 작품이 모두 첫날 주인을 찾아갔다. 조현화랑이 가지고 나온 이배 작품에는 문의가 쇄도했다. 오픈 직후 한 시간만에 한 작품을 제외하고 모두 예약이 걸렸다. 7700달러(한화 약 1100만원)짜리 김종학의 작품은 예약 순번이 3번까지 늘어서기도 했다. 학고재에 나온 길후의 회화 '현자'는 사전에 예약되어 판매 완료 스티커가 붙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들고 나온 갤러리스탠도 돋보였다. 작가 샘바이펜의 작품도 판매됐으며, N5BRA의 9개 연작 중 두 점도 판매됐다. 하지만 개막 2~3시간이 지나자 대다수의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빠져나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영세 갤러리의 부스에는 관람객이 한 명도 없는 경우도 생겼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