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과연 무엇인가.

춥고 쓸쓸한 날에 진정 필요한 가족의 사랑을 다룬 19세기 최고의 명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스도예프스키작)이 연극으로 만들어진다.

극단신화(대표 김영수)가 7억여원을 들여 3시간짜리 대형무대로 제작,
12월14일~97년2월2일 서울 동숭아트센타에서 공연하는 것.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는 1860년대 러시아의 한 가정이 파괴되는 과정을
통해 사랑과 도덕의 소중함을 역설한 소설.

규모가 워낙 방대해 그동안 국내에서 두 차례 부분공연만 이뤄졌을 뿐
전작이 무대화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극은 아버지 표도르(윤주상)와 세 아들이 재산상속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수도원에 모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장남 드미트리(김학철)는 3,000루블 상속요구를 들어주지 않은채 결투를
신청하는 아버지의 집에 침입했다가 노복 그리고리(김동수)를 쇠뭉치로
내리치고 도주한다.

마침 그시간에 아버지가 살해됨으로써 드미트리는 살인 혐의를 받고
시베리아유형길에 오른다.

하인과 다름없는 대우를 견디다 못해 아버지를 죽인 드미트리의 이복동생
스메르자코프(박지일)는 자살하고, 둘째 이반(김규철) 또한 자신의 극단적인
생각이 이복동생의 살인을 유도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연극 "베아트리체는 순수의 시대로 떠났다""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의 극본을 썼던 김태수씨가 혼란의 시대에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통로는 가족이라는 관점에서 각색했다.

완성도 높고 성공적인 무대를 위해 단국대 노어노문학과 함영준교수와
페테르부르크대학 러시아문학과 안드레이 교수에게 자문을 구했다.

또 시대배경인 1860년대 러시아를 재현하기 위해 러시아모던극장 대표
야닉 세르게이를 초청, 웅장하고 아름다운 당시의 모습을 펼쳐낸다.

장민호 윤주상씨를 비롯, 김학철 김동수 김규철 박지일 정경순 남명렬
한범희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한 무대에서 뿜어낼 에너지의 충돌은
연극팬들을 설레게 한다.

연출을 맡은 극단대표 김영수씨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오늘날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바람직한 가족상에 대해 시사하는 바 크다"며
"연극만이 표출할 수 있는 생동감과 스펙터클한 분위기로 명작의 감동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929-8026.

<송태형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