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영상감각을 보여주는 유럽감독 3명의 영화가 6월 안방극장을
찾는다.

에밀 쿠스트리차감독의 "언더그라운드"(SKC), 미클로쉬 얀초감독의
"붉은 시편"(우일영상), 장 폴 라프노감독의 "지붕위의 기병"(드림박스)이
그것.

3편 모두 작품성이 뛰어난데다 감독의 뚜렷한 개성을 엿볼 수 있어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고출신 에밀 쿠스트리차의 마지막 작품인 "언더그라운드"는 2차세계대전
부터 보스니아내전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신음해온 유고인의
삶을 희극적인 풍자와 유머로 풀어낸 블랙코미디.

폭격음에 투덜대며 먹는 것과 성에 탐닉하는 블래키와 마르코, 전쟁이
끝난지도 모르는채 지하세계를 건설한 땅속 사람들.

그가 그려내는 사람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만 그들의 일상은 또다른
리얼리즘의 얼굴로 다가온다.

고통스러울때 노래하고 술마시며 춤을 추지만 그 밑바닥에는 소외집단의
꿋꿋한 생활력과 삶의 희망이 담겨 있다.

쿠스트리차감독은 이 작품으로 85년 "아빠는 출장중"에 이어 두번째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후 은퇴를 선언했다.

헝가리의 영상시인 미클로쉬 얀초감독의 "붉은 시편"은 헝가리 농민봉기를
배경으로 혁명의 비극성과 자유를 향한 의지를 그리고 있다.

무대는 19세기말 발린트백작의 영지.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모인 농부들은 노래와 춤으로 단결을 과시한다.

백작은 진압 군대를 동원하고 농민들은 자유와 굴종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수확의 축제를 벌인다.

그러나 군인들의 일제사격이 시작되고 수확의 축제는 "학살의 축제"로
변한다.

롱테이크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헝가리민요와 혁명가요 등장인물의
끊임없는 움직임이 어우러져 한편의 영상시를 연상시킨다.

또 농부들의 흰옷과 검정색의 군복, 원형으로 늘어선 군중과 직선으로
정렬된 군대등 강렬하게 대비된 상징체계가 얀초감독의 영상미학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칸영화제 감독상과 산티아고영화제 외국어영화상 수상.

"지붕위의 기병"은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장 폴 라프노감독의 역작.

원작자 장 지오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정부가 4,000만달러를
지원한 이 영화는 청년기병과 후작부인의 불같은 사랑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 기병장교 앙젤로는 첩자들에게 쫓기던중 미모의 귀족부인 폴린을
만난다.

그뒤 이탈리아로 군자금을 운반하던 그는 행방불명된 남편을 찾아나선
폴린과 재회한다.

콜레라와 프랑스군의 위협속에 온갖 고초를 겪은 그들은 거부할수 없는
열정에 사로잡힌다.

94년 세자르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올리비에 마르티네즈와
"퐁네프의 연인" "블루"의 세계적인 스타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을 맡고
프랑스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가 우정 출연한다.

"금지된 장난" "태양은 가득히"의 거장 르네 클레망이 제작진에 합류해
화제를 모았다.

< 정한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