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스톤의 "원초적 본능"이후 섹스미스터리물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긴장감넘치는 추리소설적 구성에다 농염한 정사신이 많은 섹스미스터리는
특히 비디오시장에서 인기있는 장르다.

"장미의 나날"은 한국최초의 섹스미스터리를 표방한 영화. "원초적 본능"
을 수입해 재미를 본 동아수출공사(대표 이우석)가 "우리도 이런 영화를
만들수있다"는 자신감으로 기획 제작했다. 강수연 이보희 이경영등 내로라
하는 스타들이 총동원됐다.

사업가인 동규(김병세)와 지현(이보희)은 남보기엔 부러울 것 없는 부부.
그러나 둘이 꾸민 가정은 모래성이다. 바람둥이 동규는 밖으로만 돌고
지현은 사랑없이 결혼한 것을 후회하며 산다. 지현은 남편의 부하직원으로
있는 옛애인 명호(이경영)를 잊지 못하고 동규는 그런 아내를 못마땅해한다.

이들 사이에 화려한 여인 재희(강수연)가 나타난다. 동규는 재희의 유혹에
쉽게 무너진다. 파티장 한쪽구석,대낮의 특급호텔등에서 밀회를 나누던 둘
에게 반갑잖은 소식이 전해진다. 지현이 임신했다는 것. 망설이는 동규
에게 재희는 해외이민을 떠나자고 부추긴다.

어느 비바람부는 밤. 넓은 집을 혼자 지키고 있던 지현은 2인조복면강도
에게 폭행당한다. 자살을 기도하지만 미수에 그치고 아이는 유산된다.
실의에 빠진 지현은 동규에게 이혼을 제의한다. 동규도 못이긴채 도장을
찍어주고,모든 것이 동규와 재희의 계획대로였다. 회사를 처분하고 그 재산
을 캐나다에 빼돌린 동규. 그러나 그는 자신을 파멸에 빠뜨릴 또다른 음모
의 올가미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 영화의 미스터리적 구성은 설익은 느낌이다. 스토리가 단순한데다
전개가 느슨해 관객에게 긴장감을 제공하지 못한다. 복선이 깔려있긴
하지만 때론 엉뚱하고 때론 지나치게 암시적이다. 단지 "야한 영화"로만
입선전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겨울나그네" "젊은 날의 초상"등
수작멜로물을 연출했던 곽지균감독의 변신이 성공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 가치관을 지닌 "신세대"졸부들의 타락상만은
비교적 잘 묘사돼있다. 올 대종상신인남우상 수상자인 김병세의 발굴은
큰 수확이다.

<권영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