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은 형태가 다양하다. 실제 사람 모습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왼쪽·메이브)이 일반적이지만 애니메이션 형식(오른쪽·피버스)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버추얼 아이돌은 형태가 다양하다. 실제 사람 모습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왼쪽·메이브)이 일반적이지만 애니메이션 형식(오른쪽·피버스)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버추얼 아이돌’이 K팝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유튜브에서 단일 영상으로 2500만 회 넘는 조회수가 나오는 등 ‘인간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예기획사뿐 아니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넷마블과 같은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도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모양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4인조 여성 버추얼 아이돌인 ‘메이브’의 곡 ‘판도라’ 유튜브 조회수가 2500만 회를 넘겼다. 영상 공개 7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이 기간에 조회수 2500만 회를 넘긴 아이돌은 블랙핑크, 르세라핌 등 일부 정상급 걸그룹뿐이다.

메이브는 카카오엔터와 넷마블에프앤씨 자회사인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공동 기획해 지난 1월 선보인 걸그룹이다. 실제 사람과 비슷하지만 모두 가상이다. 외형엔 게임 제작에 쓰이는 언리얼 엔진을, 목소리엔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합성 기술을 적용했다.

왁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 걸그룹인 ‘이세계아이돌’도 돌풍의 주역 중 하나다. 18일 발매한 세 번째 싱글 앨범으로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11시간 만에 누적 스트리밍 횟수 100만 회를 넘겼다. 3월엔 5인조 버추얼 남성 아이돌인 ‘플레이브’가 데뷔했다. 이 그룹의 콘텐츠 유통은 YG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YG플러스가 맡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도 내년 상반기 버추얼 아이돌인 ‘나이비스’를 데뷔시킬 예정이다.

업계에선 과거 어느 때보다 버추얼 아이돌의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건 1998년이다. 당시 사이버 가수 ‘아담’이 활발히 활동했지만 흥밋거리로 소비되는 데 그쳤다.

외형과 음성 모두 사람처럼 구현한 지금과는 수준 차가 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K팝 인기로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해외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메이브 영상의 시청자 중 80%가 해외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버추얼 아이돌 육성에 적극적인 곳은 카카오엔터다. 이 회사는 5월 5인조 여성 버추얼 아이돌인 ‘피버스’를 공개했다. 메이브가 완전 가상으로 구현된 아이돌이라면 피버스는 실제 가수 다섯 명에게 만화풍 외형을 입힌 형태다. 카카오엔터는 1~3월 피버스에 들어갈 멤버를 뽑기 위해 현직 아이돌 30명을 경쟁시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움직임 추적 기술을 적용해 이들 30명 모두에게 가상의 외관을 입혔다.

카카오엔터는 아이돌 콘텐츠를 웹툰, 웹소설 등으로도 개발하는 콘텐츠 다각화 전략을 쓰고 있다. 넷마블이 메이브를 게임 속 캐릭터로 활용하기도 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이미 2월 피버스와 메이브, 6월 이세계아이돌 등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을 선보였다”며 “메이브의 후속 앨범도 출시해 메타버스와 연계한 버추얼 아이돌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