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인간에게 필적할 만한 일반적인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AI는 피로감을 느끼는 인간과 달리 프로그램을 종료하기 전까지 학습을 거듭하며 진화한다. 이에 따라 이런 속도로 AI가 진화한다면 과연 미래의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사람처럼 ‘일반적인 사고’ 갖춘 AI 등장

AGI는 그대로 해석하면 인공 일반 지능이다. 업계에선 이를 보다 일반화시켜 범용 인공지능이라 부른다. 언어를 넘어 이미지, 음성, 영상 등의 데이터를 일반적인 인간에 가까운 지능으로 해낼 수 있는 기계의 지능을 뜻한다. 인간의 명령이 없어도 스스로 사고하고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AI’ 혹은 ‘완전 AI’라고도 한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은 좁은 영역에서만 활용되는 AI인 ‘약한 AI’ 또는 ‘응용 AI’다. 이들은 특정 문제의 해결을 위한 소프트웨어(SW)를 구현하는 등 강한 AI보다 범위가 좁다. 알파고, 딥블루와 같은 AI 프로그램 등이 약한 AI의 대표적인 예다. 약한 AI는 AI를 실행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필요한 데이터와 알고리즘, 규칙 등을 활용한다.

그렇다면 강한 AI라 불리는 AGI는 얼마나 자율적인 사고가 가능한 것일까. 기존의 AI는 단어나 이미지가 물리적인 세계에 존재하지만 상호 작용은 하지 않는다. 반면 AGI는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면서 행동의 결과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다는 차별점이 있다. 입력값이 따로 없이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만으로 AGI는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한다는 얘기다. 애초부터 AI 개발의 최종 목표는 ‘인간과 동일한 수준’이기에 AGI는 AI 진화의 최고 단계라고도 할 수 있는 셈이다.

AI는 머신러닝을 통해 자신의 뇌 속 신경망을 만들어간다. AI가 자동으로 최적의 신경망 설계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을 신경망 구조 검색(NAS)이라고 한다. 이는 AGI로의 발전에 핵심이 되는 기술이다. 예컨대 구글의 오토머신러닝 제로(AutoML Zero) 시스템은 머신러닝을 지배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학적 개념만 설정해뒀는데도 이후 자발적으로 신경망을 만들었다. 더 나아가 인간 설계자들이 신경망 학습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학 기법도 생각해냈다고 한다. 머신러닝으로 학습을 거듭하다 보면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해결책을 단시간에 찾아내는 AGI로의 진화가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가 인간을 추월하는 속도로 발전한다면

AI 업계는 다양한 기술과 실험으로 AGI를 개발하고 있다. 사람의 지도 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비지도 학습(자가 지도학습), 한 과제에서 학습된 일부 능력을 다른 학습에 이용하는 전이 학습, 더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학습 방식을 안내하는 학습 최적화, 상식과 인과 추론 등의 방식을 사용한다. 마치 인간의 성장 과정처럼 스스로 부딪쳐가며 학습하고 배운 것을 활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AGI가 이를 제대로 학습하도록 유도하고 인과 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더욱 깊게 사고하도록 지원한다.

그렇다면 고도화되는 AI는 향후 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구글은 AI가 노동을 보조해 사람들이 보다 더 창의적이고 중요한 일에 집중할 시간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로도가 높은 단순 반복 업무만 대체하기에 AI는 사람들을 보조하는 수단으로만 기능할 것이라는 논리다.

다만 인간처럼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한 AGI가 등장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결국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에서는 인건비 감축을 위해 사람 대신 AI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휴식 없이 학습할 수 있는 AGI는 언젠가 인간이 발전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을 추월하는 시스템이 등장했을 경우에 발생한 문제점을 해결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AGI를 두고 전문가들의 논쟁도 뜨겁다. 본격적으로 AGI 개발에 나선 기업도 많다. 반대로 아직은 이상적인 수준의 AGI보다 더 시급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AGI 개발은 필요하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이나 국제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갈등 등 인류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이른 시간 내로 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닥칠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갈 길 먼 AGI…인간과 동행하는 방향으로 개발 속도 내야"

그렇다면 AGI는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최근에 화제가 된 인간처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범용 AI 챗봇 ‘챗GPT(ChatGPT)’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챗GPT는 소설가의 새로운 창작 수단이나 개발자의 코딩을 돕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기반이 된 자연어 처리 기술(NPL)이 인간 같은 AI를 구현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AGI의 탄생도 먼 미래의 얘기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 AGI는 상당히 정교한 수준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구글의 AI 회사 딥마인드가 출시한 ‘가토(Gato)’는 하나의 신경망 모델로 다양한 결과물을 내놨다. 가토는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이를 통해 텍스트를 만들거나 이미지를 설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게임 플레이를 지시하거나 채팅·로봇의 동작도 제어할 수 있다. 대화, 로봇팔 제어, 블록 쌓기를 포함한 총 604가지의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도 있다. 다만 가토는 한 가지 일을 중점적으로 처리하는 다른 AI 모델만큼의 능률은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하나의 신경망 모델을 활용해 다양한 일을 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뇌를 활용해 저마다의 능력을 발휘하는 인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공개했다. 170㎝를 넘는 키에 무게가 56㎏인 옵티머스는 짐을 나르거나 화초에 물을 주는 모습을 선보이며 인간의 업무를 돕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무엇보다도 이 로봇의 차별점은 스스로 학습하고 사물을 판단한 다음 적절한 작업을 찾아 수행한다는 사실에 있다. 이르면 2025년께 2만달러 수준의 가격으로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아직까지는 걸음걸이는 인간만큼은 자연스럽지는 않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목표한 기간 내로 이런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인간과 흡사한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리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AGI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었다는 것도 냉정한 평가다.

일각에선 AGI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AGI는 AI 개발의 최종 목표인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AI의 개발’을 달성하는 데 논의될 필요가 있는 주제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 물론 스스로 자신을 개발해 나가던 AI가 ‘더 이상 인간의 개입은 필요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고, AI가 생성한 지능이 인간의 지능과 비슷하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다만 현재 할 수 있는 행동은 AGI가 인간의 삶에 동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로봇과 공생하면서 편리하고 새로운 미래가 구현될 수 있다.

배성수 기자/도움말=LG이노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