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바이오벤처 레모넥스가 자체 개발 약물전달 플랫폼을 적용한 부스터샷(추가 접종)용 메신저 리보핵산(mRNA) 코로나19 백신 'LEM-mR203'의 임상 1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고 27일 밝혔다.

LEM-mR203 임상 1상은 코로나19 백신을 투여받았거나 확진 이력이 있는 건강한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한다. 임상은 저용량과 고용량 2개 코호트로 나눠 진행된다. 백신 접종 또는 확진된 지 3~9개월이 지난 성인이 대상이다.

원철희 레모넥스 대표는 "부스터샷 용도의 mRNA 백신 임상이기 때문에 환자 모집에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레모넥스는 임상에서 LEM-mR203의 안전성과 반응원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설치류와 영장류 대상 전임상에선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당시 레모넥스는 코로나19 항원에 대해 LEM-mR203가 결합항체, 중화항체, 항원특이 T세포 등의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했다.

LEM-mR203의 핵심은 레모넥스의 약물전달 플랫폼인 '디그레더볼(DegradaBALL)'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코로나19 mRNA 백신이 전달체로 지질나노입자(LNP)를 쓴 것과 차별화된다. 국내에서도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시도되고 있지만 이 역시 전달체로 LNP를 쓴다.

디그레더볼은 이산화규소가 주성분인 3차원 나노입자다. 구형의 다공성 무기나노입자로, 수많은 '빈 구멍'이 뚫려있어 약물(API)이 서서히 체내로 퍼지게 된다.
[분석+]레모넥스 '자체 약물전달체' 적용 mRNA 코로나 백신 임상 의미는?
원 대표와 민달희 서울대 화학과 교수(CTO·최고기술책임자)가 레모넥스를 공동 설립해 디그레더볼 기술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 특허를 등록했다. LEM-mR203 임상은 mRNA 백신에 디그레더볼 기술을 적용한 첫 사례다.

민달희 CTO는 "디그레더볼은 LNP의 한계점을 개선, 보완했다"며 "LEM-mR203은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mRNA 백신 후보물질"이라고 했다. LNP 구성성분이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심근염, 심낭염 등의 우려를 제거했다고 강조했다.

레모넥스는 이번 LEM-mR203 임상 1상이 다양한 리보핵산 모달리티에서 디그레더볼의 안전성과 개념 검증(PoC)을 이뤄내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이 LEM-mR203 임상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mRNA가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항암백신·치료제, 자가면역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될 수 있어서다. mRNA 뿐만 아니라 DNA와 짧은간섭(siRNA) 치료제 등에도 디그레더볼이 적용될 수 있다.

원 대표는 "mRNA 전달체로 LNP가 아닌 전달체 사용을 시도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사례"라며 "개발 진도도 빠른 편"이라고 했다.

실제 레모넥스의 디그레더볼 플랫폼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물질이전(MTA)을 해가 자체 생체 외(in vitro) 시험을 마쳤고, 조만간 동물 생체 내(in vivo) 시험을 진행한다.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기술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레모넥스는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의 블록버스터 의약품(항암제)과 디그레더볼을 적용한 다른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의 병용 임상을 타진하고 있다. 원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디그레더볼 기술을 적용한 비대흉터 치료 목적의 짧은간섭 리보핵산(siRNA) 치료제 'LEM-S401'로도 임상 1상을 마쳤고, 3월께 최종 임상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