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재소년'으로 불리는 개발자 즈후이쥔. 사진=바이두
중국 '천재소년'으로 불리는 개발자 즈후이쥔. 사진=바이두
"그동안 화웨이에서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지난달 27일 중국 '천재소년'으로 불리는 개발자 즈후이쥔(稚晖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앞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간 너무나도 열렬히 소망했던 일이기 때문"이라면서 "개인적으로 화웨이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젊은 피'에 세상물정 모르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대륙을 달궜던 천재 개발자 즈후이쥔이 최근 통신장비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대표 기업 화웨이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습니다. 2020년 입사 당시 획기적 발명품으로 시선을 끌며 20대 어린 나이에 최고 200만위안(약 3억6000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던 그가 다시 도전에 나섰습니다. 고연봉이 보장되는 글로벌 기업을 박차고 나온 행보에 대륙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전거·수술로봇·초소형 TV '척척'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즈후이쥔은 소문난 천재 발명가입니다. 2018년 중국과학기술대학을 졸업한 이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에서 인공지능(AI) 업무를 담당하다 2년 전 화웨이의 '천재 소년 프로젝트'에 스카우트된 인물입니다. 2019년 6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시작한 '고급 두뇌' 영입 프로젝트로, 매년 실시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300명 넘는 인재가 채용됐습니다. 채용 과정만 7단계에 달하고 마지막엔 런정페이 회장의 인터뷰를 통과해야만 입사가 가능할 정도로 들어가기가 까다롭고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과해 입사하면 최소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봉 종류는 89만6000~201만위안까지 세 가지로 나뉘는데 한국 돈으로 최저 1억6000만원에서 최고 3억6000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미중 기술 패권 갈등이 부각되면서 중국 기업도 기술 확보 '고삐'를 단단히 쥔 모습인데요. 27세로 입사한 즈후이쥔은 화웨이 어센드(Ascend) AI 칩과 AI 알고리즘 등에 대한 개발 업무를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만든 천재소년, 연봉 4억 포기하더니…[조아라의 소프트 차이나]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만든 천재소년, 연봉 4억 포기하더니…[조아라의 소프트 차이나]
그가 유명해진 것은 화웨이에서 일하며 내놓은 기상천외한 발명품들 때문입니다. 지난해 '절대 넘어지지 않는' 자율주행 자전거를 개발해 공개했습니다. 프로젝트 명은 XUAN(轩). 일반적 자전거는 균형을 잡으며 일정 속도로 주행해야 넘어지지 않는데, 그가 개발한 자전거는 제자리에서도 균형을 유지한 채 넘어지지 않고 느린 속도로 이동 가능합니다. 장애물을 피해 가고 좁은 지면에서 곡예 주행도 가능할 정도로 최첨단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심지어 '테슬라'에도 없는 레이저 레이더(Laser radar) 기능까지 넣었습니다.

투입 비용은 1만 위안(약 181만원). 휴일을 이용해 총 4개월간의 개인 시간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개발 및 설계, 용접 과정까지 모두 손수 했다고 합니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얼굴을 다친 계기로 '만들어 봤다'는 자율주행 자전거는 공개 이후 폭발적 관심을 받았습니다.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만든 천재소년, 연봉 4억 포기하더니…[조아라의 소프트 차이나]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만든 천재소년, 연봉 4억 포기하더니…[조아라의 소프트 차이나]
사진=웨이보
사진=웨이보
이 외에도 즈후이쥔은 사원증, 식당 카드, 교통 카드 등을 한 번에 지원하는 초소형 근접무선통신(NFC) 칩, 세상에서 가장 작은 TV, 게딱지로 만든 '화성 탐사선' 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찢어진 포도 껍질을 꿰맬 수 있는 '로봇팔'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연봉 4억' 버리고 창업 도전…로봇 회사 만드나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만든 천재소년, 연봉 4억 포기하더니…[조아라의 소프트 차이나]
대단한 실력을 갖춘 그가 화웨이를 나와 창업에 나선다는 소식에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그가 최근 올린 영상이 대부분 '로봇' 관련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그가 로봇 회사를 만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학창 시절 이미 두 차례 창업 경험이 있는 그가 화웨이에 입사한 목적이 사실은 '제도화'된 회사 시스템을 익히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중국 로봇의 아버지라 불리는 리쩌샹(李泽湘) 홍콩과학기술대 로봇공학과 교수로부터 엔젤 투자를 받았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리 교수는 세계 드론 시장 1위 DJI의 첫 투자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세계적 경기 침체 국면에서 천재 개발자 청년의 창업 도전 소식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최근 중국 후룬연구소(Hurun Research Institute)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글로벌 유니콘 지수(Global Unicorn Index 2022 Half-Year Repor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 수는 1312개를 기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미국은 글로벌 유니콘 기업 절반을 확보해 1위(625개), 중국이 2위(312개)로 집계됐으며 한국도 10위(15개)를 기록했습니다.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년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한 대건고 하드아이스크림팀 학생들이 드론형 태양광 패널 청소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년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한 대건고 하드아이스크림팀 학생들이 드론형 태양광 패널 청소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정부는 대대적으로 글로벌 유니콘 육성을 위해 총력전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향후 5년간 '초격차 스타트업'을 1000개 이상 발굴하고 벤처,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8조원 규모 글로벌 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새해 첫날, '글로벌 창업 대국'으로 변모해나갈 미래를 기대해봅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