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이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꿔주는 의약품 제형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팔았다. 같은 기술로 수출 계약을 맺은 건 이번이 네 번째다.알테오젠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 자회사인 산도스가 개발 중인 의약품에 인간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ALT-B4)의 독점적 권리를 제공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고 30일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1839억원이다. 산도스는 2개 품목에 대해 추가로 계약할 수 있으며, ALT-B4의 생산과 공급 모두 알테오젠이 맡는다.정맥주사는 환자가 병원에 가서 2~3시간 맞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피하주사는 집에서도 간편히 투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형 제약사도 약물 투여 방식을 피하주사로 바꾸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알테오젠은 그중에서도 ALT-B4를 활용한 제형 변경 기술을 개발했다. ALT-B4를 활용하면 다른 제형 변경 제품 대비 효소 사용량은 줄이면서 유효기간은 길다는 장점이 있다.인간 히알루로니다 기반의 제형 변경 기술을 확보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미국의 할로자임, 그리고 알테오젠 두 곳뿐이다. 알테오젠의 ALT-B4는 할로자임의 플랫폼보다 열 안정성, 면역원성 등이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알테오젠은 ALT-B4 플랫폼을 활용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세 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이번 네 번째 계약은 계약금과 임상개발 단계, 판매 허가 및 실적 등에 따라 수령하는 마일스톤으로 구성돼 있으며 시판 후 매출 발생 시 최대 두 자릿수 퍼센트의 로열티를 수령할 수 있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최근 연말연시 선물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백혈병을 앓던 한 살배기 아기가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를 받고 암을 이겨냈다는 얘기였습니다. 주인공은 서울아산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투병하던 이주아양(18개월)입니다. 주아가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해 7월 말. 세상에 태어난 지 45일 되던 날이었습니다. 7월 초 얼굴과 몸에 푸르스름한 멍이 생긴 것을 이상하게 여긴 부모님은 간단한 질환으로 생각하고 동네의원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정밀 검사 끝에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혈액을 만드는 골수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죠.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지만 주아의 부모님과 의료진은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주치의인 임호준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항암치료부터 시행했습니다. 올해 1월엔 엄마의 조혈모세포도 주아에게 이식했습니다. 조혈모세포는 건강한 혈액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영유아에겐 이식 치료를 하면 부작용 위험이 큽니다. 임 교수팀은 아이를 세세하게 살피며 큰 탈 없이 이식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식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치료 후 7개월 정도 지난 8월 백혈병은 다시 재발했습니다. 통상 조혈모세포 이식을 한 뒤 재발률은 20% 정도입니다. 다시 이식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부작용 위험이 커 한살배기 아이가 이겨내긴 힘들 것이라고 의료진은 판단했습니다.고민 끝에 선택한 치료법은 CAR-T 세포치료제였습니다. CAR-T 세포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몸 속 암 세포만 유도탄처럼 찾아 공격하도록 바꾼 뒤 넣어주는 치료제입니다. 환자의 T세포를 뽑아낸 뒤 조작을 거쳐 넣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수억원에 이릅니다. 위암 대장암 같은 고형암에선 아직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백혈병 같은 혈액암 치료에선 ‘완치’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다행히 올해 4월 CAR-T 세포치료제가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되면서 4억원에 이르던 약값이 600만원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난관은 있었습니다. 치료제가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유아에게 이 치료제를 활용한 경험이 쌓이지 않았던거죠. 신경계 독성, 사이토카인방출 증후군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남은 상태였습니다.이런 우려에도 임 교수팀은 선택지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10월 이양에게 CAR-T세포 치료를 시행했습니다. 치료 후엔 소아청소년신경과, 감염내과 등 여러 진료과 전문의들이 함께 모여 이 양의 차도를 살폈습니다. 치료 한달 뒤인 11월 각종 정밀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양의 몸 속엔 다행히 아무런 암 세포도 남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CAR-T세포 치료를 했지만 아직 재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의료진은 여전히 주아의 건강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임 교수는 “앞으로 주아가 계속 안전하게 치료받으며 아빠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알테오젠은 산도즈와 인간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ALT-B4) 원천 기술에 대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2018년 ALT-B4 개발 이후 체결된 네 번째 기술수출계약이다. 알테오젠은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플랫폼 ‘하이브로자임’으로 ALT-B4를 개발했다.산도즈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산도즈는 1개 품목에 ALT-B4를 적용하게 된다. 또 향후 2개 품목에 대해 추가 계약을 할 수 있는 권리(옵션)를 갖는다. ALT-B4 생산 및 공급은 알테오젠이 담당한다. 계약금 및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한 총 기술수출 금액은 1억4500만달러(약 1839억원)다. 전년도 알테오젠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411억원의 447.2%에 이르는 규모다. 여기에 시판 후 판매 목표 달성 시 알테오젠은 지역별 순매출의 일정 비율에 달하는 금액을 기술사용료(로열티)로 추가 수령하게 된다. 알테오젠 측은 “지난해 인타스와의 계약과 동일하게 시판 후 매출 발생 시 최대 10% 이상의 로열티를 수령할 예정”이라고 했다. 산도즈와 신규 품목에 대해 추가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이번과 유사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 SC제형 제품 개발을 위한 독점 계약으로 ALT-B4의 확장성을 넓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