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혁 청뇌한의원 원장. 청뇌한의원 제공
이진혁 청뇌한의원 원장. 청뇌한의원 제공
치매는 현대 의학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다. 지금까지 나온 치료제들도 대부분 진행을 늦추는 정도다. 여기에 한의계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나의 질환 원인을 표적으로 하는 양의학과 달리 복합약재를 사용해 약해진 뇌의 기능 자체를 전반적으로 높인다는 시도다.

9일 치매 전문 한의원 청뇌한의원은 2021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10개월 간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한방치료제를 처방한 뒤 경과를 지켜본 결과 11명의 환자 중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 검사)에서 4점 이상 올라간 환자가 6명으로 과반 이상이었다.

K-MMSE 검사는 많이 쓰이는 치매검사지표 중 하나다. 30점 만점에서 27점 이상은 정상, 23~26점은 경도인지장애, 22점 이하는 중등도 인지손상, 20점 미만은 치매로 판정된다.

청뇌한의원 관계자는 “62세 알츠하이머 환자 A씨는 6개월 간 한방치료제 복용 후 집에 돌아오는 길도 정확히 기억하는 등 크게 호전됐다”며 “이번 실험을 통해 치매 원인물질로 꼽힌 아밀로이드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감소시키는 효소가 활성화됨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청뇌한의원은 기억력, 인지 기능, 간 독성, 항우울 등과 관련된 다양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치매 원인물질 감소와 관련된 특허를 지난해 취득했다. 복합물질인 한약재는 뇌의 전반적인 기능을 활성화함으로써 치매를 개선시킨다는 설명이다.

이진혁 원장(사진)은 “치매는 당뇨와 고혈압 등과 같이 만성 비전염성 질환으로 분류되는데, 이러한 질환은 한가지 원인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며 “한약은 여러 재료를 복합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청뇌한의원은 뇌 속 반응성 별세포에 대한 실험도 이어갈 예정이다. 별세포는 뇌세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지난 6월 별세포 내 요소회로를 치매의 새로운 원인으로 지목했다.

뇌의 노폐물을 잡아먹고 뇌신경세포를 지지해주던 별세포가 노폐물이 많아지면 반응성 별세포로 변한다. 이후 주변 세포에 악영향을 끼진다는 것이다. 청뇌한의원 관계자는 “별세포 이상으로 인한 치매발생이론이 한의학적인 이론과 상당히 비슷하다”며 “한방치료제가 별세포 이상에서도 효과를 보이는지 실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