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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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톡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가 15일 마비됐다. 이날 SK C&C의 데이터센터가 있는 SK 판교 캠퍼스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톡과 카카오T(택시), 카카오맵(지도), 카카오페이(결제)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수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는 안전 문제로 이날 중 장애 해결이 어려움을 공지하고 공식 사과에 나섰다.

SK 판교캠퍼스 A동서 화재…카카오·네이버 일부 서비스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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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3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2016년 8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 설립된 판교 캠퍼스 A동은 지상 6층·지하 4층 규모(연면적 6만7000여㎡)로 네이버와 카카오, 일부 SK그룹 관계사의 서버가 입주해 있다. 해당 건물의 지상 2층부터 지상 6층까지가 데이터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인원 60여명과 펌프차 등 장비 20여 대를 동원해 화재 진압에 나섰다. 오후 5시46분께 큰 불길이 잡힌 데 이어 이후 10시께 잔불 정리도 마무리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화재로 건물 안에 있던 20여 명이 대피했으나 다행히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SK C&C 및 소방당국과 함께 과기정통부가 현장에서 배선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순차적으로 전원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소방 당국의 신속한 조치로 현재 화재 진압은 완료됐다"고 밝혔다. 다만 안전상의 이유로 데이터센터에 즉시 전원을 공급하기 어려워 장애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카카오톡·카카오T '먹통'에 사용자 '한숨'…경쟁사는 서비스 홍보도

 사진은 PC용 카카오톡의 오류 안내문. 사진=뉴스1
사진은 PC용 카카오톡의 오류 안내문. 사진=뉴스1
SK 판교 캠퍼스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주요 서비스와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에서 장애가 발생해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특히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주요 서비스에서 전면적인 장애가 6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네이버의 경우 검색·뉴스·쇼핑 등 서비스 일부 기능에 오류가 빚어졌지만 일부 기능은 오후 6시를 넘겨 복구됐다.

카카오는 안전 문제로 장애가 사실상 이날 안에 해결이 어렵다고 공지하고 공식 사과에 나섰다.

카카오는 이날 오후 8시31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공지를 올리고 "현재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과정에서 전원 공급의 차단으로 인해 조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원 공급 재개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나 밤샘 작업이 이어질 수도 있음을 사전 안내한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는 6시50분께 "전원 공급 재개 시 2시간 안에 카카오톡을 포함한 전체 서비스가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으나 입장을 번복했다.
카카오 트위터 공지 캡처
카카오 트위터 공지 캡처
업계 일각에서는 이날 오후부터 수 시간째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의 서비스가 계속해서 정상화되지 않는 것을 두고 "유사 시 백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같은 건물에 데이터센터를 둔 네이버의 경우 일부 영역에서만 사용자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점도 이같은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네이버는 메인 서비스 서버를 춘천에 자리한 자체 데이터센터에 두고 있고, 일부 서비스 서버는 판교 등에 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서비스장애는 지난 4일 이후 11일 만에 또 다시 발생한 것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계열사의 서비스 오류가 잇따라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앞서 카카오톡은 11일 전인 지난 4일에도 20분 가까이 장애를 빚었다. 지난달 15일에는 카카오 서비스에서는 2시27분께부터 2시49분까지 약 22분간 포털 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로그인 페이지 접속 실패, 기존 로그인 유지 실패 등의 장애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7월16일 오후에는 약 한 시간 40분간 카카오톡 이미지 수발신이 원활하지 않았고, 5월5일 밤에는 2시간 넘게 메시지 수발신이 안 되는 등 광범위한 장애를 빚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은 바 있다.

한 누리꾼은 "카카오에서 지금까지 (화재 등에 대한) 만약의 대비를 전혀 안 했다면 이실직고하시고 대안을 제시하시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누리꾼은 서버 우회, 백업 및 스토리지 분산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상 기능 수행이 안 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카카오톡과 카카오T가 마비된 상황에서 경쟁사인 네이버와 우티가 자사 서비스를 홍보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네이버는 이날 오후 7시께부터 모바일 앱 메인 화면 검색창 하단에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글로벌 메신저 라인 사용하세요'라는 문구를 띄우고 있다. 문구를 누르면 라인 메신저 다운로드 링크 등이 담긴 화면으로 이동한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국내 이용자 대상 라인 광고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버와 티맵모빌리티의 합작회사인 카카오T 경쟁사 우티도 적극 홍보를 펼치고 나섰다. 우티는 이날 택시 기사들에게 "현재 10월15일 19시 타 택시호출 서비스 오류로 택시 호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인센티브 프로모션을 안내했다.

카카오 대표·이용자에 공식 사과…"화재 직후 이원화 조치 시작"

카카오 판교 사옥 사진=한경 DB
카카오 판교 사옥 사진=한경 DB
이용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이날 장애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안전상의 이유로 데이터센터에 즉시 전원을 공급하기 어렵고, 다른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서비스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처를 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화재가 발생한 SK 주식회사 C&C의 박성하 사장 역시 공식 사과에 나섰다.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먹통 현상이 빚어진지 6시간 만인 이날 오후 9시40분께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을 비롯한 다음, 카카오 T,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고 계신 모든 이용자분들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는 현재 최대한 빠르게 서비스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할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고,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가 발생한 직후 즉시 이원화 조치 적용을 시작했지만 해당 조치를 적용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사용자의 양해를 구했다.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이번 화재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현재 입주해 있는 데이터센터 업체에 사고 원인을 전달해 안전 점검 및 사고 예방 조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기술적 재발 방지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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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하 SK 주식회사 C&C 사장은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등에서 장시간 장애가 발생한 데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박 사장은 "화재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겪은 불편에 대해 고개 숙여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한다"며 "한시라도 빨리 데이터센터 정상화를 통해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정민/최수진/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