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신품종 감자가 미국 농무부로부터 GMO(유전자변형생물)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5일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체의 특정 디옥시리보핵산(DNA)을 찾아 잘라낼 수 있는 교정 기술이다.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종자개발과 그동안 치료할 수 없었던 유전병의 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최근 세계 육종 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외래 유전자가 삽입되는 GMO와 달리 인위적으로 염기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자연 돌연변이 발생률과 거의 비슷하며, 결과물 역시 전통 육종의 산물과 구별되지 않는다고 했다. 때문에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인도 중국 영국 남미 등 세계 각국에서는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규제를 GMO와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GMO보다 완화되거나, 사전검토만 거치면 일반작물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툴젠은 약 100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감자 시장을 목표로 신품종 감자를 개발해왔다. 갈변억제 감자를 개발해 2021년 6월 국내 특허를 취득했다. 감자는 껍질을 깎은 후 상온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산화가 진행돼, 감자 색깔이 갈변되면서 상품성이 사라진다.

회사 관계자는 "감자의 갈변억제 형질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유전자인 'polyphenol oxidase(PPO)'를 유전자가위 기술로 제거했다"며 "그 결과 일반 감자가 상온에서 8시간이 지나면 갈변되는 것에 비해 툴젠의 신품종 감자들은 상온에서 48시간까지 갈변 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갈변억제 감자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전달방식에서도 최신 기술인 'RNP(ribonucleoprotein)'를 활용해 학술적으로도 GMO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유전자교정된 감자(PPO #38, PPO #165)의 갈변 현상 분석 결과. 대조군(WT)에 비해 시간이 지나도 갈변 현상이 진행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공-툴젠.
유전자교정된 감자(PPO #38, PPO #165)의 갈변 현상 분석 결과. 대조군(WT)에 비해 시간이 지나도 갈변 현상이 진행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공-툴젠.
툴젠은 2020년 5월 꽃 색을 변화시킨 페튜니아, 2020년 7월에 올레산 함량 증진 콩에 이어 3번째 유전자교정 작물인 감자에 대해 미 농무부로부터 GMO 규제 면제허가를 받았다.

김영호 툴젠 대표는 "GMO의 경우 외래 유전자가 삽입되기 때문에 위해성 평가가 필요하고, 대규모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종자회사만이 종자개발을 할 수 있었다"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적은 자본으로도 신품종 종자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앞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신품종 종자개발 및 기술이전을 통해 세계 농업생명공학 및 종자 기업들과 함께 GMO 종자를 대치하는 유전자교정(GE) 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